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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간중독` 임지연, 신데렐라의 탄생이라고?
입력 2014-05-08 10:30  | 수정 2014-05-08 11:0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포스터 컷만으로도 충분히 오묘했다. 욕망에 놓인 남녀 주인공의 눈빛은 강렬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졌다. '충무로의 새 얼굴' 임지연은 특히 더했다. 농염한 매력은 철철 넘쳐 흘렀다.
영화 '인간중독' 영상 속 여주인공 배우 임지연을 향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포스터로 인해 나타난 기대감은 물론, 예고편에서 맛보기로 보인 영상들은 말초신경 자극은 물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이 쏠렸다. '방자전' 등을 통해 에로틱함을 예술로 표현해내는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니 그 기대와 관심은 더하다.
임지연의 매력은 본편 영화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극 초반 어깨에 총상을 입고 피가 나는 상황인데도 "귀걸이가 없어졌다"는 말로 아무렇지 않게 상처에 대면할 때,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군용 지프에서 사랑을 나눌 때 등 여러 가지 상황과 각도에서 임지연의 매력은 각각 다르게 발산된다. 특히 종가흔(임지연)이 진평을 바라보는 몇몇 장면에서 같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다.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간중독'은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이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과 벌이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종가흔에 중독된 진평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당연히 진평을 변화시키고 흔들리게 한 종가흔의 매력도 중요하다.
극 중 임지연은 묘한 매력을 뽐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 이제까지 보아온 여배우들의 매력과는 분명 다르다. 남녀 주인공의 적나라한 정사신도 강렬한데, 그 중심에 임지연이 있다. 그 역할은 충실히 해낸다.
두 남녀, 그것도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이들이 서로에 호감을 느껴 아슬아슬하게 사랑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섬세하다. 진평은 아끼는 지포라이터를 가흔에게 건네고, "밖에서 따로 만나고 싶다"며 냅킨에 글씨를 적어 약속을 만들어내는 살얼음판의 연속. 남자가 왈츠를 배워 여자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관객의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정사신에 이르면 자극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남녀는 더 적극적이 되어간다. 특히 진평은 가흔을 보지 않으면 미쳐버릴 지경이다. 부하를 출장 보내고, 여자를 탐하려 한다. 가흔도 진평을 바라보는 마음은 마찬가지지만 애써 참아내며 남자를 밀어낸다. 남녀는 그 위험한 살얼음이 깨지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높이고 낮추고를 반복한다.
물론 영화는 남녀 간의 강렬한 사랑과 정사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상명하복의 계급사회인 군대, 관사 내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코미디적 요소들이 웃음을 준다. 남편들의 지위에 따라 부인들의 행동까지 달라지고, 그들에게 알랑거리는 모습까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뒷말하는 모습까지 적나라하다. 풍자와 해학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다. 진평의 아내 숙진을 연기한 조여정과 가흔의 남편 경우진 대위 역의 온주완, 또 다른 부하의 아내 역의 전혜진이 그 중심에서 재미를 준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영화이긴 한데, 임지연의 대사톤은 아쉬운 지점으로 꼽을 수 있다. 몰입을 방해하는 지점도 많다. 종가흔을 화교 출신으로 설정하고, 새를 좋아하는 등의 묘사로 몽환적이고 오묘한 매력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대사톤이 혼자만 동떨어질 때가 많다.
임지연은 진평과 가흔이 애달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걸리게 한다. 불편한 이야기겠지만 임지연은 말을 안 하고 있을 때 매력이 더 빛을 발한다.
신인 여배우는 과감한 정사신,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또 송승헌의 첫 전라 연기만으로도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물론 애절한 송승헌의 연기는 그가 잘생긴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대사톤은 아쉽지만 김대우 감독이 보자마자 캐스팅한 임지연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임지연이 충무로의 새로운 얼굴로 활약할 수 있을까? 132분. 청소년관람불가. 14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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