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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의무·장비...‘음지’에도 태극전사가 있다
입력 2014-05-07 14:15 
왼쪽부터 신동수 NFC팀장, 차윤석 장비담당관, 김형채 조리장, 황인우 의무팀장, 채봉주 비디오분석관. 사진(파주)=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이상철 기자]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홍명보호에는 23명의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또 다른 국가대표가 있고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양지에 있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스태프는 음지에 있다.
오는 8일 최종 명단에 선발된 홍명보호는 나흘 뒤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하지만 지원스태프는 홍명보호가 없는 가운데도 파주NFC에서 일찌감치 브라질행 준비에 한창이다.
브라질로 떠나는 홍명보호는 가져가야 할 짐이 수북하다. 웬만한 이삿짐 수준을 능가한다. 기본적인 장비는 물론 브라질에서 먹어야 할 식자재도 빼먹어선 안 된다.
의류만 해도 종류별로 3,40가지다. 경기에 입고 뛰어야 할 유니폼만 해도 선수 1명단 10벌이다. 콘 등 허들 등 각종 훈련 장비까지 더하면 무게만 3.5톤에 이른다. 이를 담는 가방만 70여개다.
단순히 많기만 한 게 아니다. 각 장비마다 차별됐다. 짐의 80%가 의류인데 이마저도 선수 개개인의 성향에 맞춰 준비한다.
퍽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은 민감하고 예민하다. 유니폼, 스타킹, 태클복, 언더웨어 등의 착용 유무 및 길이 등 저마다 원하는 게 다르다. 이를 빨리 파악해 선수들이 불편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차윤석 장비담당관의 몫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그렇지만 그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 별 것 아닌 일이지만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황인우 의무팀장, 그의 손을 거치면 웬만한 부상은 사라진다는 말이 국가대표팀에서 나돈다. 사진(파주)=옥영화 기자
이제는 이 분야에 도가 텄다. 모든 선수들의 선호 스타일을 머릿속에 다 기억하고 있다. 차윤석 장비담당관은 기본적인 훈련 및 경기 장비를 챙겨 준비하는 게 내 역할이다. 이젠 선수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훤히 꿰고 있다. 새로운 선수가 와도 3,4일이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먹을 음식의 양은 장비보다 2배 더 많다. 각종 양념과 김치, 건어물 등 식자재만 해도 7톤에 다다른다. 오는 30일 출국하는 홍명보호가 1달 동안 먹을 양이다. 그나마 고기, 채소 등 현지에서 조달 받을 음식을 제외해서 부피를 줄였다.
긴 타지 생활에서 선수들이 제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건 역시 음식이다. 잘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다. 혹여 잘못 먹어 탈이 나면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이어 브라질월드컵에서도 2명의 조리사를 파견한다. 김형채 조리장은 2회 연속 선수단과 동행한다.
매일 오전 5,6시에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는 김형채 조리장은 이번에도 맛깔 나는 다양한 음식으로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힘을 싣는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 모든 음식을 마스터한 그는 세심하기까지 하다. 1달 동안 식단 가운데 절대 1끼도 같은 메인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돼지고기 요리라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조리로 색다른 요리를 내놓는다.

또한, 경기 전날과 당일, 다음날에도 기준을 정한다. 전날에는 된장국 등을 먹고 당일에는 지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가벼운 요리를 한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에는 소모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입맛이 당기는 요리를 내놓는다. 김형채 조리장은 김치찌개가 가장 인기있는 메뉴”라면서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러시아전 필승을 위해 된장국을 내놓으려 한다”라고 귀띔했다.
황인우 의무팀장과 채봉주 비디오분석관은 홍명보호 소집과 함께 가장 바빠진다. 황인우 의무팀장은 부상 선수들의 치료 및 운동을 관리하는데 ‘마법사로 통한다. 그의 손을 거치면 웬만한 부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선수의 부상 정도에 따른 단계별로 맞춤형 재활을 하는 게 마법사가 된 원동력이다. 또한, 부상 발생 시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근 홍명보호에 박주영(왓포드), 기성용(선덜랜드), 박주호(마인츠) 등 부상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황인우 의무팀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황인우 의무팀장은 소집 기간 도중 다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내가 할 일은)매 순간 힘이 들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상 발생 시 선수의 의사를 묻는 한편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영상 자료를 꼼꼼치 체크한다. 어떻게 다쳤는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브라질에서 아무 탈 없이 월드컵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황인우 의무팀장은 500여 가지의 의무장비를 갖고 비행기에 오른다. 2년 전 런던올림픽보다 150여 가지가 늘었다.
채봉주 비디오분석관은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가 가장 자주 찾는 이름이다. 경기는 물론 훈련 영상을 촬영한 후 편집해 제공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영상도 분류에 맞춰 다양하다. 코칭스태프의 입맛에 맞게 훈련 영상을 세분화시키는 한편 상대팀 전력 분석 자료도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레버쿠젠) 등 선수들도 저마다 개인 영상을 따로 요구하기도 한다.
홍명보호의 팀원으로 일정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그는 가장 밤잠이 없기도 하다. 각종 비디오 분석을 마친 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는데 기껏해야 3시간만 취침한다.
신동수 NFC 관리팀장은 홍명보호와 함께 브라질까지 따라가지 못한다. 파주NFC에 남아 다른 대표팀의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잔디 박사로 불리는 그는 홍명보호가 당도에 오르기 전까지 최상의 훈련 조건을 만들고 있다.
신동수 NFC 관리팀장은 그라운드 상태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이 달라진다. 브라질 현지 경기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최대한 맞춰 그라운드 적응을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원스태프가 입는 옷에는 태극마크와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홍명보호의 또 다른 일원이다. 때문에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이 누구보다 크다.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누구보다 홍명보호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홍명보호가 더 좋게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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