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 대통령의 잇따른 사과와 40대 엄마들의 표심
입력 2014-05-07 11:50  | 수정 2014-05-07 17:02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연일 사과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또 어제는 부처님 오신날 행사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박 대통령의 사과 발언들을 들어보시죠

▶ 박근혜 대통령(4월29일 국무회의)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 박근혜 대통령(5월2일 종교지도자 오찬 회동)
- "대안을 가지고 앞으로 국민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5월4일. 팽목한 두 번째 방문)
-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 박근혜 대통령(5월6일 부처님 오신날 행사)
-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박 대통령이 머리를 숙이고, 연일 사과하는 것은 그만큼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는 뜻일까요?

세월호 사태가 수습되면 총리가 물러나고 대통령을 빼고 모두 다 바뀔 것이라는 말도 들리지만, 그것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첫 사과를 한 점, 그리고 지금의 이 참사가 역대 정권들 때부터 쌓여왔던 이른바 적폐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이 민심을 더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뒤늦게 사태 수습이 되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60년 적폐'라는 말보다 먼저 꺼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금 민심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좋지 않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5월2일)
-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인재와 관재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슬픔 더 커져.
공직 사회 행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에 대해 호의적인 것도 아닙니다.

야당이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요구대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렇다고 그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얻은 건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광주시장 전략공천문제로 내부 잡음까지 터져 나오니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5월 국회 열어 진상 규명해야 한다. 관련 상임위 가동하고 청문회 열어 사고 원인과 대처과정 문제점 밝혀야 한다. 6월에는 한 걸음 더 나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점 점검하고 문제해결 방안 논의하자."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야 모두 희생자들의 아픔과 국민의 상처를 보듬어주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엄마들의 마음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이들은 점점 무당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엠브레인이 실시한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무당파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40대입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46.5%로 남성 41%보다 5.5%포인트나 높습니다.

단순화하자면, 40대 여성들의 무당파 비율이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가 대부분 40대여서 그런지 아무래도 동병상련을 느끼나 봅니다.

따져보면 어디 40대 엄마들의 마음만 그러겠습니까?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 대부분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40대 엄마들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무당파는 여론조사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제대로 걸어온 것인지,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이 정말 옳은 건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정부를 믿을 수 있는 건지, 정치권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여야가 자신들도 죄인이라고 해도 상처입은 그 마음이 쉽게 아물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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