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직장忍] 불황 속 `칼바람` 직장인 "이건 너무해"
입력 2014-05-07 08:53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S그룹사 소속 K부장은 1000여명 이상 감원하는 구조조정에 마음이 착잡하다. 불황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고서는 수익성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 과정을 보면 이건 너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자존감을 없애 스스로 그만두게끔 하려는 '꼼수'에 적지 않게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곳곳서 이어지는 감원에 퇴근 후 직장인들의 술자리는 그야말로 초상집을 방불케 한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과장, 차장, 부장 등 대상 불문하고 이뤄지는 구조조정의 칼날이 '내게 올까' 하루하루가 두렵고 떨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은 하나둘씩 늘어만 간다.
◆숫자 채워질 때까지 구조조정은 계속
S보험사 소속 H부장은 폭발 직전이다. 다름 아닌 최근 회사가 사내에 공지한 대규모 구조조정 때문. 앞으로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계속 하겠다고 하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내 및 사외에서 임원들과 부장들을 통해 전화와 개인면담이라는 미명하에 사실상의 '퇴사협박'을 당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나갈 때까지 계속 할 것이라고 퇴사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 H부장은 "만약 퇴사를 안 하면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매겨 연봉을 삭감하거나 기피 부서로 발령을 낸다"며 "심지어 허드렛일을 시켜 자존심을 상하게 해 결국 나가게 만들려는 회사의 태도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H부장은 한평생 청춘을 다 바친 회사에서 인정사정없이 내치는 행태에 "그간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지 하는 허탈감 때문에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괴로움을 전했다.

◆명퇴도 억울한데 회사 빚도 떠안아
D부장은 회사의 압박에 못 이겨 선택한 명예퇴직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다름 아님 회사에 들어와 억지로 떠안게 된 주식 때문. 상장 시 과대평가된 주식 가격 때문에 현재 주가는 형편없이 떨어졌고 빚으로 떠안은 주식은 이제 골칫거리가 됐다. 매년 이자로만 상당한 비용을 감당해 왔는데 퇴사를 하면 주식을 강제로 사 지게 된 빚을 일시불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D부장은 "사실상 이자와 원금상환의 아픔을 고스란히 직원에게 전가시키는 회사의 행태에 남아있던 작은 인정마저도 달아났다"고 말했다.
◆눈치 보기 싫어 나갔지만…취업난에 허덕
P사 경력직으로 입사한 S대리는 직장을 그만두고 최근 어렵게 이직했다. 이직하는 기간이 8개월 이상 소요돼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옮긴 직장이 전 회사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아 늘 불만족스럽다. S대리는 매일 손가락만 빨고 있는 모습에 집에서는 아내 눈치 보랴, 밖에서는 돈이 없어 늘 어깨가 툭 쳐져 다녔다. 차비가 아까워 버스로 4~5개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가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다.
당초 P사 경력직으로 입사한 S대리는 잘 나갔다. 연봉도 그런대로 괜찮고 근무 환경도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고, 각 부서별로 3~4명을 확정지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S대리는 남 눈치 보는 것이 싫어 자진해서 회사를 나갔다. 그러나 눈치는 잠시였고 후회는 길었다.
◆졸지에 과장서 대리로 '세상에 이런 일이'
M금융지주그룹 자회사 과장이었던 A씨. 요즘 회사 다닐 맛이 안 난다. 연봉 격차 때문에 졸지에 과장에서 대리로 강등된 것. M그룹은 최근 정보보안 강화 추세에 따라 A과장 소속 자회사를 해체, 다른 계열사에 인력들을 합병했다. 문제는 연봉문제에서 불거졌다. 다른 계열사 연봉이 당초 A과장 소속 회사보다 크게 높았던 것. 같은 직급에서 연봉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M금융지주는 연봉차를 직급 강등으로 해결했고 A과장은 하루아침에 대리 신세가 됐다.
이 회사 신입사원이었던 G씨도 요금 회사 다닐 맛이 안 난다. 회사 내에서 돌고 있는 '신입사원 마이너스 1년차'라는 신조어에 자존심이 팍 상했기 때문이다. 타 계열사 신입사원들의 초봉이 더 높았던 터에 졸지에 이들과 연봉이 같아지려면 1년이 더 필요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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