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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선까지 밀린 코스피…증권사 CEO 긴급 진단
입력 2014-05-05 17:04  | 수정 2014-05-05 19:15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가 다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1950선까지 후퇴했다. 투자자들은 장기간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던 주가가 2000선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 가능성을 모색하던 순간에 다시 하락세를 보이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전체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향후 장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가 많다.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5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 주요 증권사 사장들에게서 최근 장세 진단과 향후 주가 흐름, 전략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국내 자본시장을 이끄는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증시가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며 박스권 장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저평가 가치주와 중위험ㆍ중수익 투자상품 등에 관심을 이어가되,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민감 대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 등으로 지수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대형주가 지수 하락 이끌어
증권사 사장들은 현재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원인을 대형주 실적 부진에서 찾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표 수출기업들 실적이 정체해 저평가 매력 외에는 뚜렷한 상승 흐름을 이끌지 못하고 있고, 철강ㆍ화학ㆍ조선ㆍ기계 등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도 좀처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유상호 사장은 "최근 코스피가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은 기업 이익 개선이 가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중국 등 주변국 경기 반등이 강하지 않아 수출주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조선ㆍ건설 업종의 추가 충당금 염려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대석 사장 역시 "중소형주 실적이 아무리 개선된다고 해도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 대형주의 실적 개선이 중요한데 1분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은 것이 증시 조정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나재철 사장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속에 1분기 경제성장률 등 중국의 최근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값마저 최근 5년8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요 가격 민감 수출업종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염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재상 사장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주 부담이 증시 조정의 주요 빌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7월 이후 코스피 반등 기대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상반기까지는 증시의 상승 모멘텀 부재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원화 강세 국면이 지속될 경우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증시가 추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 사장은 "최근 원화값 강세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이어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1900선 안팎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반등 시점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7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원화 강세 속에서도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조선ㆍ철강ㆍ화학 등 실적 저조 업종의 턴어라운드가 숫자로 나타나면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나 사장은 "하반기 이후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가시화하고 중국 경기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3분기를 기점으로 외국인 매수 강도가 재차 강화되면서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2050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사장도 "설비투자 회복 조짐이 감지되는 등 미국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7월 중순부터는 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 사장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연간으로는 지난해 대비 10% 안팎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3분기 중 2200선까지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추가하락시 실적 개선주 주목
증권사 사장들은 6월 말까지는 저평가 가치주를 중심으로 1950선을 전후로 한 박스권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또 2분기 1950선 아래로 추가 조정이 있을 경우 하반기 상승장에 대비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강 사장은 "경기에 민감한 주요 대형주들 실적 개선이 드러나는 하반기 이전에는 1900~1950선 부근에서 매수하고, 1950~2000선 안팎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박스권 매매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주보다는 원화 강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나 내수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2분기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내수주 소비재·건설…민감주 은행·화학 유망
증권사 사장 4명은 이번 증시 조정을 하반기 상승장에 대비한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유망하게 보는 업종과 종목은 각각 달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수출주와 중국 관련주는 당분간 탄력을 받기 힘든 만큼 내수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천 종목으로 KT&G, LG디스플레이, 현대산업개발 등을 꼽았다. KT&G는 홍삼, 담배 판매로 안정적 매출이 유지되는 가운데 3%대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추천 사유로 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은 분양ㆍ재건축ㆍ수직증축 등 탄력적인 주거상품 대응력과 부동산 경기 개선이 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경기민감주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나 사장은 "원화 강세 수혜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은행업종과 중국 경기 안정의 수혜가 예상되는 화학업종이 유망하다"며 은행주 가운데서는 하나금융, 화학주 가운데 롯데케미칼을 추천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반대로 대형주의 실적 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중소형 가치주에 대해 긍정적인 접근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 6~10%가량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글로벌 경기 및 소비 회복에 따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최재원 기자 / 김혜순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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