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구대성의 조언…‘15번’ 새긴 유창식의 환골탈태
입력 2014-05-02 16:52  | 수정 2014-05-02 17:02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유창식이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한화 좌완투수 계보를 잇기 시작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대성불패 구대성(45‧시드니 블루삭스)의 공식 경기 등판용 글러브에는 지금도 자신의 한화 이글스 시절 상징인 등번호 ‘15가 새겨져 있다. 애착이 강하다.
한화에서 영구결번이 되지 않은 ‘15는 단지 두 선수의 유니폼에 새겨졌다. 두 주인공은 류현진(27‧LA 다저스)과 유창식(22‧한화)이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입단 당시 선배 구대성의 좌완투수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로 15번을 달았다. 그러나 그해 구대성이 한화로 복귀하면서 지금의 99번으로 갈아탔다. 이후 2010년 구대성이 은퇴하면서 좌완 최대어였던 유창식이 다시 물려받았다.
지난 3월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구대성은 유창식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구대성은 지금 좋은 후배가 물려받아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15번을 달면 잘해야 하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유창식이 잘했으면 좋겠다. 다른 것보다 좀 자신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 안타를 맞으면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더라”며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잘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유창식은 지난해 5승10패 평균자책점 6.78로 부진하는 등 프로 데뷔 이후 3시즌 동안 개인 통산 12승21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해 대선배를 볼 면목이 없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후배 유창식에게 조언을 남긴 구대성. 그의 글러브에는 한화 시절 달았던 등번호 15가 새겨져 있다. 사진=MK스포츠 DB
구대성의 조언을 듣기라도 했을까. 유창식은 올 시즌 환골탈태 했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자책점 두 차례 등 2자책점 이하로 마운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평균자책점은 1.82로 전체 투수 가운데 1위에 올라섰고, 2승1패의 성적을 냈다. 승률도 0.667로 한화의 팀 성적 8위를 고려하면 선발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고 있다.
유창식이 가장 달라진 것은 자신감이다. 주자를 내보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뚝심대로 강속구를 미트에 꽂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볼넷을 허용하는 등 만루 위기만 두 차례 맞았지만, 최고 구속 149㎞의 직구를 자신감 넘치게 던지며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구대성의 조언처럼 안타를 맞거나 주자를 내보내도 자신 있게 공을 던지며 구대성과 류현진의 뒤를 이을 대형 좌완투수 후계자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구대성도 호주에서 유창식의 호투에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