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히든챔피언 잔혹사
입력 2014-05-01 18:49 
지난해 처음 '코스닥 히든챔피언'에 선정되면서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종목들의 주가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탄탄한 경쟁력으로 투자자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주가는 기대에 화답하지 못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26개 업체 가운데 신규 진입한 7개사 주가는 선정 시점에 비해 평균 22.4%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비아트론은 40.4% 급락했고 아모텍은 35.4% 하락했다. 상보는 28.3% 떨어졌고 비에이치아이와 테크윙도 각각 25.1%와 22.1% 하락했다. 이노칩테크놀로지도 12.3% 떨어졌다. 빅솔론이 유일하게 6.6% 상승했을 뿐이다.

매년 5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성과는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수익률(-0.8%)에도 훨씬 못 미친 셈이다.
투자자들에게 히든챔피언 선정 소식은 기업가치에 대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져 왔다. 주력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라는 시장 지배력뿐만 아니라 수익성, 재무안정성, 기술력이 골고루 검증됐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기대를 반영하듯 2013년 5월 히든챔피언에 새로 등극한 아모텍과 이노칩테크놀로지, 빅솔론 주가는 각각 같은 달과 다음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보, 비에이치아이, 비아트론, 테크윙 등 나머지 4개사 주가도 같은 해 5월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선정 직후 '반짝'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고점에 비해 평균 32.3%나 급락했다.
수년째 히든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 성적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여서 지난 1년간 전체 26개사의 65%에 해당하는 17개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주가만이 아니다.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아 '뉴 히든챔피언' 7개사 중 4개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처럼 주가와 실적이 동반 하락한 것은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코스닥 업체 대부분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수출기업으로 글로벌 경기와 업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부품ㆍ장비업체가 많다 보니 전방산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의 전반적인 동향을 살피지 않은 채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만 믿고 투자했다가 단기적으로 큰 손실을 입기 쉽다.
최치호 한국거래소 시장마케팅팀장은 "과거 재무제표에 기초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정하다 보니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부분 부침이 심한 기술주인 동시에 해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주기 때문에 히든챔피언이라고 해서 업황을 극복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61.8% 감소했던 디스플레이 장비회사 비아트론과 30.2% 줄어든 비에이치아이는 1년 만에 코스닥 히든챔피언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이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히든챔피언이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출처로부터 발주가 지연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더라도 다음해 수주가 늘면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예컨대 반도체 장비회사 테크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3.8% 줄었지만 올해는 수요 증가에 따라 59% 가까운 성장이 기대된다.
안성호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전방업체의 투자 축소로 테크윙 실적이 악화됐다"면서 "올해는 신규 수주가 이어지고 전방업체 생산라인 가동에 따라 수요가 늘면서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스몰캡팀장은 "거래소가 히든챔피언을 선정할 때 실적이나 주가가 1~2년 반짝 좋을 기업을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사가 수십 년 성장할 수 있을지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만큼 단기수익을 겨냥한 섣부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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