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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주가
입력 2014-05-01 17:34  | 수정 2014-05-02 14:40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계열사 간 다양한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지배구조 변화 속도를 보면 '마하경영'이 분명하다.
이번 지배구조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틀에서 이뤄졌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 사회적 지지를 얻고, 성장동력을 살리며,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을 8.81%에서 11.26%로 증가시켜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크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수는 일감 몰아주기를 피하고 세 남매 통합경영의 기틀을 닦기 위한 것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은 소재-부품-제품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성장동력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발굴을 자회사에 위임했지만 이제는 직접 삼성전자가 그리는 IT 청사진에 따라 자원배분과 조직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위상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섰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사오거나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오너 일가의 이익만 좇는다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크게 증가할 것이므로 나머지 주주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바람직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변화의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 과거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뒤 3년 내에 실제로 순환출자를 끊고 지주회사로 거듭났던 것처럼 말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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