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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주사 전환하려면 전자·호텔신라 지분 다 팔아야
입력 2014-05-01 04:03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비은행지주회사의 일반 자회사(제조업 등) 소유 금지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현재 없다. 한국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일반 자회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주목받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을 생각하고 있던 기업들에 미칠 잠재적 영향 때문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쓸 수 있었던 하나의 '카드'를 날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이 지분을 갖고 있는 제조업 계열사는 삼성전자 7.6%, 호텔신라 7.5%, 삼성물산 5.1%, 제일모직 0.2% 등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도 다른 비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지분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않기 위해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개인적으로 매입하거나 다른 계열사로 넘기려면 12조여 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시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계열사를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 개정으로 이런 법 취지가 보다 분명하게 확인된 셈이다. 다시 말해 삼성은 이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길이 없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굳이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로 가야 할 이유가 없고 이번에 통과된 법은 역설적으로 삼성생명이 중간지주회사로 가지 못하게 하는 법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 현재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가 유일하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자 조심스레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놓고 삼성생명을 금융부문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각 금융계열사를 삼성생명 산하에 두는 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은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것을 염두에 둔 지분 정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비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지분을 팔고,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등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계열사들은 지난달 23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기관투자자 등에 처분한 바 있다.
또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카드로부터 삼성화재 주식을 매입하고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진명 기자 / 박용범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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