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이 소폭 흑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중 삼성전자만 홀로 독주하고 있어 그룹 차원의 변화가 시급한 양상이다.
30일 금융정보사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 상장사 17사 중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15사의 1분기 실적을 취합한 결과 매출은 77조2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조7550억원으로 9.17% 줄어들었다.
특히 영업이익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분기 비교대상 15사의 영업이익은 9조6394억원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 8조7795억원을 제외하면 8600억원 가량이 남는다. 그러나 이번 1분기에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제하면 2660억원대에 불과하다. 14개 계열사가 3개월 동안 거둔 이익이 삼성전자가 사흘동안 번 이익에도 못미치는 충격적인 결과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중공업이 1분기 공사손실 충당금을 약 5000억원 반영함에 따라 3625억원 적자를 기록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보였다.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한 영업이익 2000억원대와는 5000억원이 넘는 차이가 난다. 이밖에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증권가 전망치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같은 삼성전자 독주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는 동안에도 타 업종에 있는 계열사들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임원을 타 계열사에 배치하고 최근 일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그룹 내 비중이 향후에도 계속 높아질 경우 삼성그룹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1위 그룹이라는 삼성의 위상은 전자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부터 마하경영 등 잇단 경영 화두를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의 마하경영 화두가 지난 1993년 삼성을 재계 1위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된 '신경영'의 뒤를 이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여부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 계열사들의 성과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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