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서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서구권 기업의 활동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옛 소련권 '관세동맹' 협의기구 '최고 유라시아 경제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의 추가 제재와 관련해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러시아에서 일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경제에서도 핵심인 에너지 등 부문이 (고려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보복 제재안을 마련했으나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은 (보복제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복적 수단에 기대고 싶지않으며 필요치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앞서 지난 28일 미국이 발표한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맞서 러시아 에너지 분야 등에 투자한 서구권 기업을 상대로 언제라도 보복 제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협정 체결이 예정대로 내달 29일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세동맹을 옛 소련권 경제연합체 EEU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을 추진해온 그는 "오늘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협정 체결은 처음 계획대로 이뤄지리라고 본다"면서 "(미국의) 제재는 유라시아 통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가 군인과 정보요원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보내분리독립 운동 등 불안정한 상황을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 특수부대나 군대, 교관은 그곳(우크라이나)에 없다"며 "현 상황을 보면 누가 처음에 개입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애초부터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슬라뱐스크에서 친러시아 민병대에 억류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들이 석방되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프랑스 AF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맞제재' 암시와 관련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가 미국 엑손모빌과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이탈리아의 ENI 등 서구권 석유회사와 에너지 생산 관련 계약을 해왔다고도 전했다.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는 28일 발표된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제재에서는 제외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도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로열더치셸과 협력관계에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 공산당 당수 페트르 시모넨코는 5월25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을헌법 개정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대선 후보로 나선 그는 우크라이나 의회가 정한 조기 대선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과 의논해 사퇴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동부 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지역당' 간부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올렉 차례프 의원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나라를 쪼개려 하고 있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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