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예능 프로그램 '사남일녀'에 출연해 눈물을 흘렸다. '뜨는 별' 신예 스타의 눈물은 즉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김우빈은 iHQ 소속 연예인, 사남일녀는 iHQ 자회사인 iHQ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다. 바로 여기에 신예 스타 양성과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iHQ의 출구 전략이 숨어 있다.
◆ 신예 스타 중심으로 '다시 짜는' 포트폴리오
iHQ는 지난 2004년 싸이더스HQ를 흡수합병하면서 기존의 연예 기획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싸이더스HQ시절부터 송혜교, 신민아, 전지현, 정우성, 조인성, 최지우, 한예슬 등 이름만으로 한국을 들썩일 별들을 모아 세를 확장했던 IHQ는 이제 신인 연기자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중이다.
엔터 3사로 불리는 SM-YG-JYP와 달리 배우 위주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iHQ가 과거와 다르게 거물급 배우 영입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는 계약금과 수익 비율 때문이다.
기획사는 유명 연예인과의 전속 계약을 위해 평균 수십억원의 전속 계약금을 지불하지만 광고 촬영 등 활동에 따른 수익 배분 비율은 평균 9대 1에 그친다.
유명 연예인은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 출연이 잦지 않아 전속 계약기간 동안 계약금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 기획사가 유명 연예인의 전속 계약금을 영입비나 투자비용이 아닌 '기획사 이름값'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하 iHQ 경영전략실 이사는 "이미 업계에서 자리잡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신인을 발굴, 등용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iHQ를 통해 발굴된 신예 스타는 iHQ의 든든한 '매출'로 자리잡는다. 계약금이 없는데다 계약기간이 길고 수익 배분율 역시 기획사와 엇비슷해서다. iHQ의 계약 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표준전속계약서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렇게 iHQ로 뜬 신예 스타는 김우빈, 김소현, 김유정, 이유비 등 10대에서 20대 초반 하이틴 스타들이다. 지난해 김우빈이 끌어들인 수익은 22억원 정도. 한 달동안 CF 계약금만 2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 증권가가 김우빈에 기대를 거는 수익은 55억원 가량이다. 계약기간이 5년정도 남은 상황에서 그는 여전히 iHQ의 기대주일 수밖에 없다.
iHQ가 직접 운영 및 캐스팅하는 연기 아카데미인 캐스트바이iHQ의 생원은 260명 정도다. 여기서 김소현 같은 신예 스타가 발굴됐다. iHQ는 올해부터 부산, 광주 등의 대도시를 거점으로 프랜차이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iHQ의 매출액은 619억원. 4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시장이 예상하는 매출액은 880억원, 예상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80억원 가량이다. 흑자전환의 기폭제가 바로 이 신예스타들이라고 iHQ는 자신하고 있다.
◆검증된 실력으로 음반·프로그램 제작 영역 넓힌다
iHQ가 매니지먼트에만 국한된 활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제휴협찬하는 몽키3뮤직으로 자사 소속 연예인의 모닝콜 등을 서비스하는가 하면 가지컨텐츠를 통해 드라마 OST 제작 사업에 나서는 등 음반 제작 및 유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착한 남자' 등으로 70억원 넘게 흑자를 본 iHQ는 지난해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이어 올해 대형 작가 라인업 확보에 성공하면서 최소 2편 이상의 드라마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을 집필한 박혜련 작가를 비롯해 '밀회'의 정성주 작가 등이 iHQ 라인업에 들어왔다. 작가 이름에 따라 편성을 결정하는 방송계 관행상 올해 iHQ의 드라마 제작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사남일녀', '웰컴투시월드', '출발비디오여행' 등 다수의 프로그램 제작에 이어 iHQ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73억원 규모의 중국 영화 제작 위탁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 제작부문 역시 iHQ 투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iHQ 자회사인 HQ인베스트먼트는 영화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전문 투자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0년 iHQ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 영업 수익은 2.3배가량 증가했다.
▲큐브엔터, 엔터 3사 대항마 나선다
지난해 iHQ는 비스트와 포미닛, 지나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0.1%를 인수했다. GOD 이후 10년만에 음악사업 부활의 신호탄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아이돌'이란 애칭으로 불린 GOD의 경우 JYP엔터 소속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프로듀싱을 박진영 씨가 맡았을 뿐 제작은 iHQ가 진행해왔다.
매니지먼트부가 아닌 음반사업부가 레이블 형태로 큐브엔터를 담당하는 만큼 큐브엔터만의 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싸이더스타워 공연 등 음반 제작과 공연에 iHQ의 기획력이 진가를 보일 것이라고 iHQ측은 밝혔다. GOD 공연의 경우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유통사와의 투자계약을 진행 중이다.
김현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큐브엔터의 인수 효과로 iHQ 외형 자체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며 "큐브엔터의 대표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비스트와 포미닛의 경우 두번의 앨범 발매와 콘서트 진행이 본격화되면서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DY그룹의 하쿠호도DY미디어 파트너스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해 큐브엔터에 3년간 개런티 80억원이 나눠 지급된다. 수익구조도 8대 2가량으로 책정돼 업계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브엔터는 내년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현 국내 엔터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6배를 적용할 경우 시가총액은 800억원 가량이 나온다. iHQ의 지분율인 50.1%을 감안하면 약 400억원에 이르는 가치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큐브엔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억7100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90.2% 늘었다. 매출액은 같은기간 13.6% 줄어든 211억2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11.7%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는 큐브엔터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전년대비 25%와 82% 증가한 281억원과 42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엔터사의 브랜드 마케팅, iHQ에서 배운다
iHQ는 카페베네와 2년간 매출 600억원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코스메틱브랜드 리엔케이와 브랜드 파티를 기획하는 등 타 엔터사보다 발빨리 브랜드 마케팅에 나서왔다. 최근에는 뷰티 프랜차이즈인 두쏠뷰티를 운영 중이다.
두쏠뷰티는 3개월만에 국내 6개 신규지점을 개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총 19개의 점포를 열었다. 강릉, 전주, 대구에는 웨딩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등 국내 직영·가맹 유통망을 넓히면서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개점에 이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과의 해외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김 이사는 "70%가 넘는 매니지먼트와 프로덕션 비중을 다소 줄이면서 음반 사업을 비롯해 iHQ만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기타 수익 창출 구조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두쏠뷰티는 가맹사업으로 로얄티를 받는 구조다. 골목 상권이 아닌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진출해 소속 배우들로 사인회를 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예인과 동일한 뷰티 서비스를 받는다는 '스타 마케팅'의 최적화된 구조로 미용사업과 웨딩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iHQ 측의 포부다.
iHQ는 올해말까지 38개 점포를 개점, 내년 50개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
-전용주 iHQ 대표이사 박스 인터뷰
Q. 지난해 큐브엔터 인수를 통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방송 투자·제작 사업-음반 사업-기타 콘텐츠 사업이라는 사각 구조가 완성됐다. 향후 기대감을 비롯해 추후 고려 중인 분야가 있다면?
A. 매니지먼트 부분은 전통적 업계 1위이자 주력사업부로 지난해 40%정도의 매출비중을 나타냈다. 또 드라마 등 방송 제작이 40%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도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김우빈, 이유비, 김유정, 김소현, 조보아 등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신인들이 떠오르고 있어 향후 회사의 실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엔터업종은 제조업과 다르게 변동성이 높은 업종이라 사업비중을 예측하기 쉽진 않지만 올해는 특히 음악사업영역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큐브엔터 인수로 매출인식이 4분기에만 반영됐지만 올해는 온기로 전부 반영되고 내부 음반사업부도 새롭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쏠뷰티 등 기타 콘텐츠 시너지 사업도 확대돼 4개 사업부가 조화로운 비중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용 프랜차이즈는 지난해 공정위 승인 후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아직 매출비중이 크진 않지만 지난해 10여개 가맹점을 모으면서 올해부터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 좋은 사업아이템은 계속 주시하고 있다.
Q. 대표가 꼽는 '주가 반등을 이끌 IR 포인트' 한 가지?
A. 중국의 대형 유통망에서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방문과 협업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또 현재 작품 라인업들을 교환하면서 활발하게 협의 중이다. 음악 사업뿐 아니라 제작 부문도 하반기 지상파 방송 1~2개 작품 편성이 예상되는 등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브엔터는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께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스트, 포미닛 뿐 아니라 신인 비투비도 광고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성장세가 기대된다.
Q. 엔터 3강을 향한 전략이 있다면?
A. iHQ와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큐브엔터와의 연합을 두고 일부에서는 엔터 3강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큐브엔터는 중국에 특성화된 M4M이라는 밴드를 3년간 직접 트레이닝해 현지로 수출하는 등 다양한 해외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싸이더스HQ외에 뉴에이블이라는 100% 자회사의 예능 브랜드도 운영 중인데다 음악사업부에서는 GOD와 같은 과거 레이블을 비롯해 투아이즈, LIKE 등 다양한 신인 출격 준비 중에 있어 가수 포트폴리오 역시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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