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단계적인 파업절차에 돌입한다. 은행 파업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조는 30일 조합원 3200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현재로선 파업 찬성으로 기운 상태다.
노조는 다음 영업일인 5월2일로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을 마지막으로 즉각 3단계의 태업과 부분 파업을 거쳐 전면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1단계는 점포·부서별 릴레이 휴가, 내부 보고서 작성 거부, 판촉 활동 중단, 씨티그룹 본사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거부 등이다.
외국계 은행인 만큼 '영어사용 전면 거부'도 포함됐다. 씨티은행은 2006년 만든 언어사용 지침에 따라 외국인 임직원이 받는 문서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한다.
2단계는 예·적금, 카드, 펀드, 보험 등 신규상품의 판매를 거부하는 조치다.
전면 파업에 앞선 3단계로 부분 파업 또는 영업점별 순회 파업이 이어진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경영에 타격을 주기 위해 태업을 약 6개월간 이어가고 시한부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은 사측이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29.5%)를 없애기로 하면서 본격화했다.
점포 폐쇄로 650명정도의 인력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에 따라 지난 10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은행 파업은 2011년 SC은행 이후 처음이다. 씨티은행에선 10년 전인 2004년 씨티그룹이 현재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을 흡수하는 데 반대해 파업이 벌어졌다.
앞서 은행권에선 2000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반대 파업, 2003년 신한금융그룹으로의 인수에 반대하는 조흥은행 파업이 있었다.
씨티은행 노조는 가입률이 82.9%로 2011년 파업한 SC은행 노조의 가입률(약 50%)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SC은행은 성과관리프로그램(PMP)에 따라 파업 참가자를 대기 발령할 수 있었지만, 씨티은행은 대기 발령 제도가 없어 파업을 유지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이에 맞서 노조가 태업과 파업에 들어갈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비노조원이나 퇴직자 등을 활용한 대체인력 투입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은행은 파업이 길어져도 인건비가 절감돼 오히려 이익이 늘어나는 점도 사측에 유리한 점이다.
다만, 노사 갈등으로 영업력이 저하되고 고객 불편으로 이미지가 훼손돼 가뜩이나 위축된 씨티은행의 경영 사정이 한층 나빠질 우려가 크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