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정 총리 사퇴로 정국 '혼돈', 사태 수습은 누가?
입력 2014-04-28 13:44  | 수정 2014-04-28 17:19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침몰 12일째 결국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어제 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홍원 / 국무총리(27일)
-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구조되신 분들이 입은 상처의 쾌유를 빈다. 사고 발생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다음 날인 17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가 수습이 먼저라며 반려했다고 합니다.

당시 정 총리는 7박8일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고, 기수를 돌려 전남 무안 공항으로 도착했습니다.

가족들이 격앙돼 있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정 총리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물병을 맞고 고성을 듣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영상입니다.


▶ 인터뷰 : 학부모
- "어딜 그렇게 얼굴 똑바로 보고 오세요? 지금 와서 뭘 어쩌려고 그래요 지금?"

▶ 인터뷰 : 정홍원 / 국무총리
- "대책 회의를 하고 왔습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도록 지시해놓고 왔으니까…."

▶ 인터뷰 : 학부모
- "왜 12시 반에 투입해? 10시 50분에도 왔다는데…."

▶ 인터뷰 : 정홍원 / 국무총리
- "물살 때문에 그랬대요. 그래서…."

▶ 인터뷰 : 학부모
- "알긴 뭘 알아요. 총리님이 오면 뭐 합니까? 지금 사람이…."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종자 수색과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잇따른 정부대책의 혼선과 우왕좌왕하는 구조소식은 정 총리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사태 수습 전이냐, 후냐 시기의 문제일 뿐 정 총리의 사퇴는 이미 기정사실화한 일이었습니다.

정 총리는 사태 수습 전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선택했지만, 청와대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고 봤습니다.

사태 수습 후 사표 수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면서 정 총리는 시한부 총리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어정쩡한 위치가 됐습니다.

여야의 입장은 극명히 갈랍니다.

먼저 어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발언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27일)
- "또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다, 관련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에 앞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내각 수장인 총리 홀로 사퇴 선언은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고 비겁한 회피다. 가뜩이나 총체적 난맥상에서 총리가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야권은 정 총리의 사퇴가 면피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총리가 사퇴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야권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는 내각 총사퇴를 주장해왔던 터라 정 총리의 사퇴를 '면피용'이라 비판하기도 난감한 처지입니다.

합동영결식이 끝나고 사태 수습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박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야권이 원하는 사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여권은 정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정홍원 총리께서 수습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심경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진행 중인 실종자 수색이고 이번 사고의 문제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왜 하필 지금 시점에 사의표명을 했는지를 놓고 다른 의견도 나옵니다.

사태수습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사의표명을 한 것이 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느냐는 겁니다.

야권 주장처럼 '면피용', '꼬리 자르기'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겁니다.

총리 사태로 끝나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관계부처 장관들을 대상으로 한 중폭 이상의 개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넘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사실상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적인 개편입니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거국내각, 대연정 얘기까지 나옵니다.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을 전면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야정의 초월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집권한 지 1년 남짓 지났는데 거국내각이나 대연정을 하자는 것은 여권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박근혜 정부 1기 내각'도 침몰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혹 더 큰 국정 공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또 사태수습을 더 지연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총리가 누가 오든, 어떤 장관이 바뀌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할 수는 없겠죠. 국민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겠죠.

그래도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하고, 정치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국가는 다시 움직여야 합니다.

힘들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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