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언딘 "청해진해운과 수색구조 계약한 적 없어"
입력 2014-04-25 20:02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의 '특혜계약'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 인양업체인 언딘마린인더스트리(언딘)는 "(구조수색과 관련해)어떤 계약도 맺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언딘은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민(民)'이다.
진도 구조현장에 나와 있는 장병수 언딘 이사는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양과 관련해 민간 인양업체로서 침몰 이튿날인 17일 오후 청해진해운과 수주 금
액이 적히지 않은 약식 인양 계약을 체결했지만 수색구조와 관련한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언딘 이사도 전화통화에서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구난업체로 원래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이번 건의 경우 대형 참사기 때문에 2009년부터 3년간 장죽수도에서 조류발전기 설치.운영.보수에 참여해 이 지역 잘 아니까 해경 요청으로 구조작업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언딘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월호 사고해역인 맹골수도 부근 장죽수도에서 독일 지멘스사의 발주에 따라 140억원 규모 조력발전소 설치 공사를 수행한바 있다.
이번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된 언딘리베로호를 세월호 선사 청해지해운의 최대주주이자 조선사인 천해지에서 만들었다는 유착 의혹에 대해 장병수 이사는 "지난해 5월 설계 6개월, 제작 6개월 일정으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고 여러 업체에게 견적서를 받아 같은 해 10월 가장 금액이 저렴했던 천해지와 계약했다"며 "유착 의혹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장 이사는 "장죽수도 공사 이후 '우리는 외국과 틀려서 적합한 배가 없구나', '다이빙 지원도 할 수 있으면서 구조작업까지 할 수 있는 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언딘리베로호를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언딘은 2012년 3월 중국 광저우 앞바다의 980만달러(약 102억) 규모 침몰 구조 작업을 수행한 결과 같은 해 7월 1일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난협회(ISU) 정회원 인증을 받았다. 장죽수도 공사 경험과 더불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인양 작업에 언딘이 참여하게 된 또다른 배경이다.
전세계 60여 개 업체로 이뤄진 ISU의 한국 회원사는 언딘이 유일하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1개와 2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인양 계약에 대해서도 대형 선박.인명 사고인 세월호 침몰의 특성상 ISU의 참여가 불가피했다고 언딘은 전했다. 통상 보험금을 밑도는 중소형 사고의 경우 먼저 도착한 업체가 일종의 '렉카' 개념으로 공사를 수주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선사가 가입한 보험금을 크게 웃도는 대형 사고는 IMO(국제해사기구) 규정에 따라 ISU 회원사만 인양 작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수 이사는 "언딘이 (ISU에)가입하지 않았다면 외국의 ISU 가입업체라도 끌어들여야 했던 상황"이라며 "청해진해운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게 당연히 유리한데 사고해역이 복잡하고 배도 크고 사고도 크고 하니까 해외 업체 대신 (언딘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내달 15일 정식으로 가동될 예정이었떤 언딘리베로가 미리 투입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초 투입된 배는 한계가 있었고 목포에서 또다른 배를 빌렸지만 마찬가지였다"며 "비(非)정조 때를 맞춰 언딘리베로를 사고해역에 투입시켰고 이로 인한 시간낭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또 "다이빙벨은 특정 잠수요원이 오래 잠수할 때 필요한 도구"라며 "언딘도 다이빙벨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명의 잠수요원이 선체 구석구석에서 실종자를 수색해야 하는 세월호 수색구조의 특성상 다이빙벨은 적합하지도 않고 가이드라인(유도줄)을 엉키게 해 수색작업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빙벨 투입으로 기존의 가이드라인 5개 중 3개는 쓰지 못하게 된다고 언딘은 전했다.
다이빙벨과 마찬가지로 원격조정수중탐색장비(ROV) 역시 실종자 수색에 방해만 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장 이사는 "언딘 역시 사고해역에 3000m급 ROV를 갖고 있다"면서도 "장비를 자랑할 목적이라면 몰라도 하루라도 빨리 수색하는 게 목적이라면 경쟁력 있는 잠수요원들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를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갇혀 있는 구간에 있는 실종자의 경우 안구를 비롯한 신체 중요 부위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딘은 "36m 해역에서 최소 10년 이상 경력의 잠수요원들이 하루 평균 4회 이상의 잠수를 하고 있다"며 "인양과 달리 구조수색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약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매도당해서 전(全)직원이 실의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직원은 벌써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4년 11월 설립된 언딘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본사를 두고 있고 최근 중동에도 별도의 지사를 두고 있다. 장 이사는 "엔젤투자를 받아 상장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고 각각 300억원, 70억원 규모의 우루과이, 오만 공사가 있는데 이런저런 특혜.유착 보도로 입찰 자체가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음해성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나 기관에 대해서는 법적 소송을 하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고 관련한 준비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장 이사는 "나라에서 밥을 주냐, 배를 주냐"며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국 일을 접어도 그만이지만 이번 실종자 수색 작업은 어떻게든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진도 = 정석우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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