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쿄 중심가의 신사를 방문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오후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에 있는 메이지(明治) 신궁을 방문해 '에마'(繪馬)라고 불리는 목판에 영어로 전 세계인이 정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일본인은 신사나 절에서 시험 합격이나 무사안전 등 본인의 소망을 에마에 적어 지정된 장소에 걸어둠으로써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데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관습에 따라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이는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한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은 작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무언의 항의로 이해할 여지도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뤄지는 성명·담화 발표가 아니라 신사를 방문해 일본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해 아베 총리의 참배와 형식은 유사하지만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는 직전에 열린 미·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 때문에 더욱 두드러졌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 역사문제가 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질문받고 일본이 전쟁 중에 아시아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을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해서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다치고 쓰러진 이들에 대해 손을 모아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라며 "두 번 다시 전쟁의 화로 고통받는 일이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경의와 함께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고 그간 반복하던 수사로 참배를 정당화했고 답변을 듣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