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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했던 LG, 김기태 ‘사퇴 의중’ 못 지켰다
입력 2014-04-24 22:49  | 수정 2014-04-24 22:53
24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 8회 말에서 LG 이병규가 이닝 종료 후 조쉬벨과 자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의 검지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서민교 기자] 책임을 지고 떠나신 감독님을 위해선 이기는 것밖에 없다.”
LG 트윈스 주장 이진영은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지난 23일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를 표명한 김기태 감독을 향한 죄송한 마음이 깊게 배어나왔다.
LG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웃음기가 사라진 어두운 표정으로 말 없이 훈련에만 몰두했다. 전날 경기 직후 김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접한 뒤 비통함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도 이날은 그라운드에서 바로 라커룸을 향했다.
LG 더그아웃은 적막함만 흘렀다. 이적생 임재철은 감독님이 다시 돌아오실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이제 타격감이 좋아지려고 하는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진영은 김 감독의 사퇴에 대해 선수들이 야구를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감독님이 원하신 것도 팀이 잘되는 일일 것이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뜻을 알고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의 분위기도 이기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진 LG는 3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던 삼성을 만났다. 시리즈 스윕패 위기였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경기. LG는 올 시즌 박빙의 승부에서 모두 졌다. 그리고 6번째 연장 승부. 1무4패로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었던 LG는 또 연장에서 무너졌다. 눈물겨운 봉중근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역투도 소용이 없었다. 김 감독의 등번호를 헬멧에 새긴 이병규(9번)의 의지도 승리와 연결되지 않았다.
LG는 5-3인 7회말 4실점을 하며 5-7로 뒤집혔다.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LG는 8회초 집중력을 발휘해 1사 만루 기회서 이병규(7번)의 밀어내기 볼넷과 오지환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3점을 뽑아내 승부를 8-7로 다시 뒤집었다.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내세웠지만, 뼈아픈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LG는 외국인 선발 에버렛 티포드가 5⅓이닝 3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바라봤다. 그동안 침묵하던 타선의 홈런도 쏟아졌다. 0-1인 3회초 삼성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오지환과 박용택이 시즌 첫 홈런을 연달아 터뜨리며 동점과 역전을 이뤄냈고, 6회초 조쉬 벨이 4-2로 달아나는 투런포를 폭발시켰다.
24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에서 LG 는 경기 초반 오지환과 박용택 그리고 조쉬 벨의 홈런으로 경기를 리드했지만 10회 연장까지 가는 삼성의 끈질긴 추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LG 이병규(오른쪽)이 경기 종료 후 허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LG의 1승에 대한 절실함은 불펜 기용에서도 드러났다. LG는 티포드에 이어 신승현-이상열-이동현-유원상-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불펜을 총가동했다. 봉중근을 8회말 1사 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봉중근은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김상수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뼈아픈 8-8 동점을 허용한 뒤 나바로를 병살로 처리하며 극적인 연장전에 돌입했다. LG는 연장 10회초 1사 이후 이병규(9번)가 마무리 임창용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냈으나 후속타자 불발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운명의 10회말. 승리의 여신은 LG를 또 외면했다. 봉중근은 선두 박한이에게 내야땅볼을 내준 뒤 채태인의 중전안타로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최형우의 좌중간을 뚫는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올 시즌 연장 첫 승의 꿈도 사라졌다.
8-9 연장 석패. 비장한 각오로 나섰던 LG는 끝내 삼성의 뒷심을 넘지 못하고 5연패 늪에 빠졌다.

삼성은 배영수가 홈런만 3개를 얻어맞으며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으나 마무리 임창용이 뒷문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짜릿한 승리를 책임졌다. 채태인이 5타수 3안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인 최형우가 6타수 2안타로 삼성의 4연승 행진을 이끌었다.
LG는 김 감독 자진 사퇴 발표 이후 첫 경기에서 또 다시 패배를 맛봤다. 4승1무14패를 기록하며 반등의 기회를 날렸다. 반면 삼성은 무서운 상승세로 9승9패, 5할 승률을 맞추며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김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내가 지금 빨리 책임지고 나가면 선수들에게 분명 반등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김 감독의 쓸쓸한 퇴장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반등의 기회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조계현 LG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 희망적이었다”면서 오늘 경기는 나 때문에 졌다”고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반면 이날 승리를 거둔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마지막 최형우의 결승타가 훌륭했다”고 밝혔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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