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애플 깜짝실적에 삼성전자 웃었다
입력 2014-04-24 17:18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애플과 페이스북이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내놓자 국내 관련주가 출렁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애플과 페이스북 실적 발표가 향후 국내 정보기술(IT) 관련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시간 23일 발표된 애플의 2014회계연도 2분기(1~3월)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당초 시장 예상치 평균은 매출 435억달러, 영업이익 120억달러, 순이익 91억달러였다. 하지만 실제 발표 수치는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56억달러, 영업이익은 8.2% 늘어난 136억달러, 당기순이익은 7.1% 증가한 102억달러였다.
애플의 깜짝 실적은 아이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6.8%나 늘어난 4370만대나 팔린 덕분이었다. 시장 예상치 3770만대보다 600만대나 더 팔렸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한 흠이라면 아이패드가 예상치인 1970만대에 한참 못 미치는 1640만대가 팔린 것이었다. 또 애플은 실적 발표와 동시에 자사주 매입 예산과 배당을 늘리고, 주식 분할로 주식 유동성을 확대하는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했다.
라이벌 애플의 선전 소식이 들린 24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부터 오름세를 보였고 결국 1.3% 상승한 140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140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26일(140만 8000원) 이후 4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5일 이후 12.8%나 올랐다. 이 기간 4거래일을 빼고 순매수 행진을 한 외국인들 덕분이다.
애플 실적 발표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애플과 점유율 격차가 현저히 줄 것으로 기대되고, 애플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가로 인해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이미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29일 세부 실적을 발표할 삼성전자의 부문별 수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ITㆍ모바일(IM) 부문에서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2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4월 11일 갤럭시S5의 글로벌 출시 이후 초기 2주 판매량이 갤럭시S4 대비 평균 1.3~1.5배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잘나갈 때 혜택을 입는 애플 관련 부품주도 다시 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최대 LCD 공급업체 LG디스플레이, 아이폰6 백라이트 공급업체 이라이콤, 맥북 에어와 아이패드에 구동회로칩을 공급하는 실리콘웍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소재업체 나노신소재, 그리고 이라이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이라이콤을 제외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나노신소재, 실리콘웍스 등의 주가는 떨어졌다. 앞서 2~3월부터 애플 수혜 기대감에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과 같은 날 발표된 페이스북은 올해 1분기 순익이 6억4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억1900만달러에 비해 무려 3배나 급증했다. 매출도 72% 늘어난 25억달러를 기록했다.
3월 이후 횡보세를 보이는 네이버 주가는 이날 0.38% 떨어진 77만7000원을 기록했다. 페이스북의 깜짝 실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다소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애플 자사주매입·배당 확대…국내기업도 자극 받을까?
애플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자사주 매입과 배당까지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주주 환원 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를 통해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애플의 한발 앞선 움직임이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시간 23일 애플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지난해 발표한 600억달러에서 900억달러로 확대하고, 분기 배당금을 8%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당 배당금은 3.29달러가 되고 자본 환원 규모는 2015년 말께 당초 계획(1000억달러)을 웃도는 1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6월에는 기존 보유 주식 1주가 7주로 늘어나는 주식 분할도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국내 기업들의 재무 정책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현금 보유액이 풍부하고 당장 사용할 여력도 있는 삼성전자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회사 측에서도 이미 배당 증가와 자사주 매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던 만큼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애플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경쟁사 애플의 실적이 호전되고 삼성전자 2분기 이익 전망도 밝아 투자자들이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 구도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과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가 전망이 밝다"며 "쌓아둔 현금을 배당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증가해 재무구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이영욱 기자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