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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일임형 랩에 몰리는 돈…70조 넘어서
입력 2014-04-24 16:29  | 수정 2014-04-25 08:24

40대 직장인 김씨는 최근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일임형 랩 어카운트 상품에 가입했다. 한 동안 주식 투자와 담을 쌓았던 그가 증권사 문을 다시 두드리게 된 것은 전문가에게 일임한다는 점과 안정적인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간접 투자지만 투자자의 성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씨는 "요즘처럼 불확실한 증시에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크다"며 "하지만 일임형 랩 어카운트 상품은 내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운용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전문가들에게 투자를 맡기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란 고객이 자산종합관리계좌 즉 랩 어카운트에 맡긴 돈을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해 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이 상품을 통해 주식 뿐 아니라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나눠 투자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일임형 랩 어카운트 계약잔고는 70조940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8조1267억원)보다 12조8153억원(22.04%) 증가했다. 2012년 2월말(48조2396억원)과 비교해보면 50% 가까이 늘었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고객 수와 계약건수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2월말 80만2087명이던 고객 수는 1년새 87만4524명으로 늘어 9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계약건수는 지난해 92만1731건에서 올해 2월말 기준 98만307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는 투자자와 증권사 간 일대일 투자일임계약을 한 후 운용되는 만큼 손실이 날 경우 이는 투자자에게 모두 귀속된다. 그럼에도 돈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정적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과거 2010년, 2011년만해도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주식을 굴리는 주식형 랩이 대세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인덱스펀드, 원자재 펀드, 해외이머징 펀드 등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돈을) 나눠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랩 위주로 운용되다보니 투자자들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외 주식 투자에 대한 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운용하던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계약잔고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해 2월말 기준 자문형 랩 어카운트 계약잔고는 2조5469억원으로 전년대비(3조7221억원) 1조원 이상의 돈이 빠져 나갔다. 계약건수도 같은 기간 5만3663건에서 3만6441건으로 32.09% 줄었다. 지난 2010년 이후 주식형 랩 어카운트에서 큰 손실을 기록한 것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또 다른 인기요인으로는 개인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즉 최초 가입 때 뿐 아니라 3~4개월 단위로 투자자들의 성향을 반영, 투자 종목을 재조정 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가입 금액이 점차 낮아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허문 것도 긍정적이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의 최소 가입 금액은 과거 5000만원 이상에서 점차 내려와 1000만원 혹은 그 이하까지 낮아졌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을 30만원으로 한 일임형 랩 어카운트 상품인 셀프초이스랩을 최근 내놓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대신 전문가가 운용한다는 점에서 일단 신뢰가 가고 , 그 전문가와 함께 일대일로 자산 모니터링을 하며 투자 방향을 정하는 것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전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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