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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행복에 빠진 괴물, 비뚤어진 집착과 소유욕을 드러내다
입력 2014-04-24 11:20  | 수정 2014-04-24 11:52
이해와 소통의 단절이 만들어낸 괴물을 만나다. / ‘멜로


[MBN스타 손진아 기자] 세상으로부터 단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27세 여성 윤서(김혜나 분)에게 세상은 늘 가혹하다. 윤서는 삼류 지방대 출신에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취직은 일찍이 포기했고, 공무원 시험준비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죽을 만큼 밉고 자신을 비웃는 듯한 세상 역시 싫다. 이런 기분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반복되다 보니 그녀의 마음의 문은 굳게 닫힌 지 오래다. 항상 자신을 가두고 원망과 증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윤서는 오로지 잠자리로 물리적인 온기를 느끼며 삶 속에서 탈출을 해왔다.

영화 ‘멜로는 한 여자의 빗나간 소유욕이 만들어낸 잔혹한 사랑을 여과 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다양한 계층 간의 단절된 소통의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극 중 윤서는 괴물이다. 이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이해와 소통의 단절이 만들어낸 것으로, 윤서를 통해 소통을 포기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철저하게 소외시키는 모습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가두거나, 뒤틀린 망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이런 윤서의 모습은 우리 현재의 모습을 발견하게도 해준다.

이야기는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윤서를 중심으로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우연히 만나게 된 한 남자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윤서는 세상의 달콤함을 맛본 뒤 소용돌이처럼 행복이라는 감정에 빠져들었고, 이는 곧 집착과 소유욕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공포심과 고통은 의존하려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특히 의존할 상대가 없고,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인간일수록 세상의 달콤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는데 ‘멜로는 이 상황을 가식 없이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윤서 역을 맡은 김혜나는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사랑과 행복의 느낌들을 삐뚤어진 소유욕으로 표현하며 한 남자를 구속하는 인물을 완벽히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으로 보여준 광기어린 집착 연기는 보는 이들의 고개를 절로 흔들게 할 만큼 리얼하다. 극 중 윤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남자 태인 역으로 분한 이선호 역시 김혜나와의 호흡을 과시하며 진지함 가득한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가지 강렬함의 연속이다. 윤서의 집착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잔인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너무 자극적이고 너무 극단적인 소재를 꺼려하는 관객이라면 영화 중간중간 인상을 찌푸릴 수 있으며, 120분의 긴 러닝타임이 지루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러나 비뚤어진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엔딩은 독특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24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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