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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마트금융-보험] 똑똑해진 `전자청약` 비용·환경 두 토끼 잡는다.
입력 2014-04-24 08:08  | 수정 2014-04-24 08:44

#"이건 뭐지~ 와우" "세상 좋아졌네!" "대단하다" ING생명 화랑지점 한민수 FC(재정컨설턴트)가 시내 한 카페에서 고객 미팅 중 나오는 주변 반응이다. 11인치 태블릿PC 화면에서 구현되는 상품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ING생명이 올해 초부터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본격 도입 후 ING생명 소속 FC들의 달라진 영업 현장 풍경이다. 태블릿PC가 종이 서류를 대신하면서 한 결 가벼워진 모습. 과거 서류가방에 보험 청약 서류를 들고 다니던 FC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한민수 FC는 이제 고객 미팅 전 상품 설명 자료를 출력하는 번거로움이 더 이상 없다. 혹여나 청약 서류를 두고 왔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약을 빼 달라' '추가해 달라'는 고객 요구에 진땀을 빼지 않아도 된다. 태블릿PC에 손가락 몇 번 터치하면 고객의 요구를 바로 적용, 눈앞에서 확인시켜준다. 과거 예상치 못한 고객 요구에 지점을 들락날락하며 고객과 다시 미팅 시간을 잡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은 재정 컨설팅부터 상품설계 및 가입에 이르는 전반적인 절차를 태블릿PC를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단 ING생명뿐만 아니라 상당수 보험사들이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도입, 움직이는 모바일 세상에 대응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곳은 한화생명(舊 대한생명)이다. 보험업이 인지(人紙)산업에서 종이(紙)가 점차 사라질 것이란 흐름을 캐치, 2012년 5월 종이(청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Smart Planner'를 일선 영업 현장에 활용했다.
가입설계는 물론 청약까지 태블릿PC를 통해 앉은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전자청약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생명 등 업계 선두주자들도 앞 다퉈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삼성생명의 경우 전체 보험 계약 10건 중 1건이 전자청약으로 체결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전체 계약의 10% 수준이 전자청약"이라며 "도입 초기부터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페이퍼리스'로 비용 절감+녹색금융 실천 = 보험 업계가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편리성과 효율성 제고 효과 외에도 비용 절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장분석제안서, 가입설계서, 각종 청약관련 장표 등의 인쇄물 감소로 인해 연간 12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현장과 지점 간 이동 횟수 단축에 따른 추가 비용절감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는 보험사는 상당수 있다. 총 23곳. 이는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에 가입된 전체 회원사(재보험사 및 다이렉트사 제외) 38곳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알리안츠생명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 도입에 합류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전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모바일 전자청약 시스템을 도입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를 통한 계약은 자동차·장기보험 계약건수의 15∼20% 수준이며 절약한 종이는 2012년 1월 도입 이래 300만장 이상이다. 또 약 27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서명 '철퇴' 민원감축 효과도 기대 =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모바일 전자청약이 확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민원감축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데다 대리서명이 가능해 보험 상품의 특성상 보험은 늘 민원의 중심이었다. '보험' 이퀄 '민원'이라는 수식어가 언제부터인가 따라 다니게 됐다. 실제 금융당국의 역대 민원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보험사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면 민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케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보험민원감축 표준안'을 마련, 보험사들은 판매 단계에서 민원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전자청약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서면청약은 계약자 자필서명의 진위여부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허창언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전자청약을 하면 대리서명 가능성이 작고 자기책임 원칙에 대한 인식이 커 서면청약을 할 때보다 민원이 최대 20분의 1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보험사의 전자청약 비율은 낮게는 3%, 높게는 15% 수준.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이 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민원감축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활성화는 '신뢰성' 제고에 달려 = 여러모로 전자청약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전체 계약의 최고 15% 수준이 전자청약으로 체결되고 있다. 계약 10건 중 많아야 2건이 모바일 전차청약으로 체결되는 셈.
혹자는 신뢰성 문제를 들어 전자청약이 빠르게 확대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종이에 직접 서명해 계약하는데 익숙한 금융소비자들의 행태도 전자청약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뢰성'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전자서명 행태에 점차 소비자들이 익숙해질 법하지만 보험계약에 있어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을 보험 업계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전자청약 활성화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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