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좀 전해주세요 제발. 지금 저희식당 옆 객실에 6명 있어요. 폰도 안되여 유리깨지는 소리 나구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빨리 식당쪽 사람맘ㄴㅎ아요 제발빨리 구조해주세여'
세월호 침몰 만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11시 22분. 세월호 실종자 명단에 있는 고 한세영양(17)이 보냈다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메시지 바로 위에는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보낸 것임을 암시하는 위치표시까지 돼 있어 글을 본 국민들은 "인명구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모씨(20)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허위 구조 요청 글을 작성해 페이스북에 최초 유포한 김씨를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7일 오전 딸을 애타게 찾는 고 한양의 아버지의 영상을 본 뒤 메시지 조작을 마음 먹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인물인 이모씨 명의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구로 등록했다.
이후 구조 요청 메시지를 작성해 이씨가 자신에게 제보한 것 처럼 구조 요청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보냈다.
김씨를 스마트폰 앱(PicsArt)으로 한양의 페이스북 사진과 GPS 위치정보를 편집해 마치 한양이 구조 메시지를 올린 것 처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김씨는 작년 9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카운트가 올라가면 갯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 팔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돈을 벌 마음으로 페이스북 계정 3개를 만들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구조 요청 메시지의 진위 확인을 위해 실종자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16일 정오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메시지 발송 내역을 확인했으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한양의 페이스북은 지난 14일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양은 지난 20일 숨진 상태로 수습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휴대폰에서 유포된 메시지와 동일한 내용의 캡처 사진, GPS 위치 사진이 저장된 것을 확인했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면서 "허위사실 최초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겟다"고 말했다.
한양의 구조요청 메시지는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구조요청 글은 진짜다' '한양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등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