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8일째 멈춘 '174'와 '죄인'이라는 정치권
입력 2014-04-23 11:41  | 수정 2014-04-23 17:17
세월호가 침몰한 지 여드레째가 지나고 있습니다.

방송 화면에 보이는 사망자 숫자는 급속히 늘어 100명이 넘었지만, 구조자 숫자는 그대로 174에 멈춰 있습니다.

2014년, 국민 소득 2만 6천 달러의 현대화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날 수 있으며, 어떻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총체적인 무능과 부실의 전형이었을까요?

세월호는 처음부터 출발하지 말았어야 할 여객선이었습니다.

돈벌이에 급급해 2~3배 과적운행을 한 것은 예사였고,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은 인명 안전 훈련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세월호 선언이 한 얘기입니다.

Q 불법개조 사실이 있는 겁니까?
- 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증축사실이 있습니다.

Q. 교신 당시에 선장이 어디에 있었나요?
- 조타실.


Q. 그런데 왜 직접 교신을 안 한 거죠.
- 교신기가 위치보다 더 뒤에 있었고 그쪽으로 이동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Q. 브리지에 언제 모이셨어요, 모이셔서 어떤 걸 하셨던 거죠?
- 배가 기울어진 직후에 모였고 그때는 처음에...
여러 가지 물체가 그 후에 선장이 판단해서 조난신고를 하고 여기서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했으나 그쪽으로 못 갔고요.

Q. 정확히 구명정을 직접 만지거나 시도하신 분이 계십니까?
- 실제로 그러려고 했지만, 그쪽으로 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Q. 구명정을 만지시거나 조작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거네요.
- 네, 그렇습니다.

Q. 승객들 퇴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 구조정이 오기 전에 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구명조끼 입은 사람을 탈출시키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나중에 구조정이 온 후 선장이 물어봐서…

Q. 구호조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 한 분씩 말씀해 주십시오.
어떤 노력을 하셨죠?
- 퇴선하기 전에 제가 접근하고 시도했으나 그렇게 못했습니다.
저희 임무를 못 했고 그다음에 응급처치와 관련해가지고 저의 임무인데 퇴선하기 전에도. 퇴선해가지고 해경에 탑승해서 구조활동을 하였습니다.

선원들이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해경이 세월호에 올라가 구명보트를 푸는 이 사진을 보면, 충분히 승객들이 갑판 위로 올라가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대응 실패와 허둥댄 대책본부의 혼선은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실종자 명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고위 공무원도 있었고,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며 해경이 뭘 잘못 했느냐고 말한 경찰간부도 있었습니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초짜들'과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하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꽃다운 아이들이 그렇게 떠났나 봅니다.

비통한 실종자 가족과 우울한 국민을 위로해줘야 할 정치권 역시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입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실종자 가족행세를 하며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 인터뷰 : 권은희 / 새누리당 의원(4월22일)
-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점 국민 여러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의 면담 때 실종자 가족 대표 행세를 하며 사회를 봐 논란을 일으킨 새정치민주연합 송정근 씨는 오늘 징계를 앞두고 스스로 탈당했습니다.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송 씨는 왜 실종자 가족도 아니면서 그런 행세를 했을까요?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가족들에게는 상처가 됐을 법합니다.

어쩌면 정치권이야말로 이 비극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일 겁니다.

정치란 무릇 국민을 편안케 하는 것이거늘, 과연 우리 정치권이 정치를 제대로 했을까요?

그래서 정치인들은 오늘도 스스로를 죄인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4월21일)
- "대한민국호가 선진국답게 안전하게 순항하려면 무엇보다 선장의 임무를 맡은 이 나라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임무완수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집권당의 대표로서 본인은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늘)
- "저 포함해 국정에 책임 있는 사람이 모두가 죄인이다. 세월호 참사 책임 묻는다며 서둘러 문책하고 처벌한다고 해도 결코우리 책임 가벼워지는 것 아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죄인이라 부르기 전에, 조금 더 잘했더라면, 조금 더 나라의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노란 리본이 정치인들의 가슴에,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 가슴에 꽤 오래 새겨질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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