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퇴진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관치금융 논란'이 법정 소송에서는 퇴짜를 맞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ISS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두고 제기된 징계요구처분 효력정지 신청이 최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은 KB금융지주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되자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은 이 건으로 각각 경징계(주의적경고)와 중징계(감봉)를 받았다.
박 전 사장은 징계 효력이 정지된 데 이어 징계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의 검사로 2009년 1월 중도 퇴진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황 전 회장은 당시 징계에 적용된 은행법이 '행정법규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에 따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최동수 전 조흥은행장은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앞둔 시점에서 직원의 횡령 사건에 대한 문책성으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최 전 행장에 대한 징계를 두고 통합 신한은행장 선출에 당국이 관여한 결과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책경고 상당을 받고도 11개월의 잔여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의 처신 역시 금감원은 못마땅해하고 있다.
그러나 문책경고는 임기 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금지하는 것일 뿐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중징계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해임권고 역시 5년간 재취업 금지 강제력만 갖는다. 절차상 해당 금융회사 주주총회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감원이 해임권고도 아닌 문책경고로 나가도록 윽박지르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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