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전북이 어렵사리 2014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와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승점 8점 고지에 오르면서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었으나, 중앙미드필더 정혁이 공이 상당히 컸던 경기다.
애초 중요한 임무였으나 경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혁의 어깨에는 더 큰 짐이 지어졌다. 베테랑 김남일이 부상으로 필드 밖으로 나가는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10분경, 김남일이 중원에서 상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 쪽에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김남일은 전반 16분 만에 교체아웃됐다.
김남일의 역할을 물려받을 인물을 교체 카드로 택했다면 최보경이 들어가는 게 어울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측면 공격수 한교원을 투입했다. 중앙의 형태는 정혁이 원 볼란치로 조타수 역할을 맡고 그 앞에 이승기-이재성 2명의 공격형 MF가 배치되는 그림이었다. 보다 공격적인 전환이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교체였다.
하나는 이승기와 이재성의 공격적인 성향을 죽이지 않은 채 골을 넣겠다는 심산이고 다른 하나는 정혁 홀로 수비형MF 역할이 가능하다는 믿음이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정혁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의 신뢰는 성공을 거뒀다. 정혁은 넓은 중원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마당쇠 같은, 알토란같은 소금 역할을 했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공이 있는 곳에는 정혁이 있었고 전북 선수들과 멜버른 선수들이 엉킨 곳과 멀지 않은 위치에 정혁이 있었다. 그만큼 많이 뛰었다. 무조건 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성장세가 큰 선수가 정혁이다. 올 시즌 가장 기대가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처럼 경기의 맥을 짚은 눈도 상당히 넓어졌다.
상대 패스 길목을 끊어내는 지능적인 플레이부터 스스로 치고 들어갈 때와 과감하게 슈팅을 구사할 때를 파악하는 결단까지, 정혁은 거침이 없었다.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중거리 슈팅도 정혁의 발끝에서 2~3차례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공수의 만능키였다.
후반 들어 전북이 별다른 위험 없이 멜버른 진영에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혁의 공이 컸다. 정혁 덕분에 이동국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한교원 이승기 이재성 등 공격자원들은 부담 없이 ‘닥공을 펼칠 수 있었다. 정혁 덕분에 전북의 플랫4는 라인을 끌어올려 곧바로 역습이 가능토록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정혁이 ‘거름종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방증이다.
정혁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전북 선수들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더군다나 체력소모가 큰 쪽은 전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멜버른의 역습 빈도가 높아졌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끝까지 전북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진행됐다. 대부분 멜버른 진영에서 경기가 진행됐고, 전북 쪽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공격 시에는 열쇠 역할을, 수비 시에는 자물쇠가 된 정혁의 공이 크다. 결과적으로 멜버른의 문을 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북의 문도 끝까지 봉쇄했다. 화끈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래도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 속에서 전북 팬들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은, 전주성의 새로운 만능키로 거듭나고 있는 정혁의 존재감을 보았다는 것이다.
[lastuncle@maekyung.com]
애초 중요한 임무였으나 경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혁의 어깨에는 더 큰 짐이 지어졌다. 베테랑 김남일이 부상으로 필드 밖으로 나가는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10분경, 김남일이 중원에서 상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 쪽에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김남일은 전반 16분 만에 교체아웃됐다.
김남일의 역할을 물려받을 인물을 교체 카드로 택했다면 최보경이 들어가는 게 어울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측면 공격수 한교원을 투입했다. 중앙의 형태는 정혁이 원 볼란치로 조타수 역할을 맡고 그 앞에 이승기-이재성 2명의 공격형 MF가 배치되는 그림이었다. 보다 공격적인 전환이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교체였다.
하나는 이승기와 이재성의 공격적인 성향을 죽이지 않은 채 골을 넣겠다는 심산이고 다른 하나는 정혁 홀로 수비형MF 역할이 가능하다는 믿음이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정혁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의 신뢰는 성공을 거뒀다. 정혁은 넓은 중원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마당쇠 같은, 알토란같은 소금 역할을 했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공이 있는 곳에는 정혁이 있었고 전북 선수들과 멜버른 선수들이 엉킨 곳과 멀지 않은 위치에 정혁이 있었다. 그만큼 많이 뛰었다. 무조건 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성장세가 큰 선수가 정혁이다. 올 시즌 가장 기대가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처럼 경기의 맥을 짚은 눈도 상당히 넓어졌다.
상대 패스 길목을 끊어내는 지능적인 플레이부터 스스로 치고 들어갈 때와 과감하게 슈팅을 구사할 때를 파악하는 결단까지, 정혁은 거침이 없었다.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중거리 슈팅도 정혁의 발끝에서 2~3차례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공수의 만능키였다.
후반 들어 전북이 별다른 위험 없이 멜버른 진영에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혁의 공이 컸다. 정혁 덕분에 이동국을 비롯해 레오나르도 한교원 이승기 이재성 등 공격자원들은 부담 없이 ‘닥공을 펼칠 수 있었다. 정혁 덕분에 전북의 플랫4는 라인을 끌어올려 곧바로 역습이 가능토록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정혁이 ‘거름종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방증이다.
정혁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이었으나 상대적으로 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전북 선수들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더군다나 체력소모가 큰 쪽은 전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멜버른의 역습 빈도가 높아졌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끝까지 전북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진행됐다. 대부분 멜버른 진영에서 경기가 진행됐고, 전북 쪽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공격 시에는 열쇠 역할을, 수비 시에는 자물쇠가 된 정혁의 공이 크다. 결과적으로 멜버른의 문을 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북의 문도 끝까지 봉쇄했다. 화끈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래도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 속에서 전북 팬들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은, 전주성의 새로운 만능키로 거듭나고 있는 정혁의 존재감을 보았다는 것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