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계열사 `생명지분 털기` 왜
입력 2014-04-22 20:51  | 수정 2014-04-22 23:12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이 삼성생명 주식을 모두 팔아 자금 조달과 수직 계열화 강화에 나섰다.
이로써 삼성생명 주식 보유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만 남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에서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해 금융 계열화를 공고히 했다. 이는 기존에 이어온 그룹 내 제조업ㆍ금융 부문 간 교통정리를 가속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은 23일 장 시작 전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삼성전기 120만6380주(0.6%ㆍ1193억원), 삼성정밀화학 94만4090주(0.47%ㆍ937억원), 삼성SDS 70만8910주(0.35%ㆍ701억원), 제일기획 42만5560주(0.21%ㆍ420억원)다. 모두 합하면 328만4940주(3251억원)로 지분율은 1.64% 수준이다. 이들 지분은 국내 증권사가 인수한 뒤 다른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투자 자금 1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이라면서 "자금 수요와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을 제외한 2곳 실적이 최근 부진했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는 실탄 마련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업으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ㆍ소재 계열사 간 양대 축 분화는 다시 한 번 뚜렷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이제 삼성에버랜드만 남게 돼 수직 계열화도 분명해졌다.

시장 관계자는 "매각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기존에 해오던 계열사 분리ㆍ단순화 작업 일환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49.46%에 달해 별다른 변화는 없다.
같은 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 29만8377주(0.63%ㆍ712억원)를 삼성카드에서 넘겨받은 것도 같은 의도라는 설명이 나온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은 이전까지 10.36%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 자금 수요 때문에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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