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공식 방문에 미셸 여사가 동행하지 않은 데 대해 일본은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셸 여사가 빠진 데다 오바마 대통령도 국가원수 공식 방문 때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행사인 의회연설을 생략하기로 하자 일본 언론과 평론가들은 미국이 일본을 과거처럼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2일 전했다.
더욱이 미셸 여사가 지난 3월 어머니와 두 딸과 함께 중국을 1주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와 면담하는 등 양국 관계증진을 위한 선린 활동을 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불참 결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일본 공직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셸 여사는 일본 방문에 동행하는 대신 켄터키주 포트 캠벨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퇴역군인 고용 확대를 촉구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일본 참의원 의원 하마다 가즈유키는 미셸 여사의 불참에 대해 격한 언사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발표되자 블로그에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가 이혼문제를 협의 중이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라며 외국 원수의 사생활을 언급하는 외교적 실례를 저질렀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대통령이 "바람피운 증거를 숨기려고 비밀 서비스를 이용했다"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미셸 여사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일본은 이런 태도는 과잉반응에 가깝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25차례 외국 방문에 미셸 여사가 동행한 것은 겨우 9차례에 그치는 등 함께 가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미셸 여사는 또 지난 2011년 호주와 폴란드와의 정상 만찬 행사에 불참하기도 했다.
미셸 여사의 홍보책임자 마리아 크리스티나 곤살레스 노구에라는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외국 여행에 항상 따라가지 않으며 가족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외국 여행을 한다"라고 말했다.
로라 부시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애니타 맥브라이드도 동조했다. 그는 "미셸 여사와 관련해 기억해야 할 점 한 가지는 일찍부터 가족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셸 여사의 포트 캠벨 연설은 그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미셸 여사는 지난 2008년부터 조 바이든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전쟁에 참가한 퇴역군인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외국 공식 방문 때 부인을 동반하지 않은 국가원수는 적지 않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1년 미국 방문 때 부인을 데려가지 않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빈 만찬에 혼자 참석했다.
맥브라이드는 일본인이 미셸 여사의 불참을 "개인적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일이 미셸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행동해왔던 방식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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