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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弱’ 퍼즐 채운 삼성, 반등 시작한다
입력 2014-04-21 16:40  | 수정 2014-04-21 17:12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톱타자, 마무리, 선발진의 약점을 야마이코 나바로(좌), 임창용(중), J.D 마틴(우)으로 메워 나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세 가지 약점이 점점 메워지고 있다. 시즌 초 예상치 못했던 부진에 빠졌던 사자군단의 반등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의 초반 행보가 더디다. 15경기를 치른 현재 6승9패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3년간 슬로스타터 행보를 보였던 삼성이지만 위닝시리즈가 단 1번밖에 없으며 루징시리즈가 3번이나 된다는 점에서 험난한 초반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지난해 톱타자를 맡았던 배영섭의 군입대, 오승환의 이적으로 예고됐던 불안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부진이 단순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톱타자는 정형식, 마무리는 안지만이 각각 이어받았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선발진도 난조에 빠지면서 어려운 시즌 초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 세 가지 약점이 메워지고 있다. 톱타자는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 마무리 투수는 친정으로 돌아온 ‘창용불패 임창용, 선발진에는 외국인 투수 J.D 마틴이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다.

▲ 외인타자 나바로, 톱타자의 중책을 맡다
장타 능력이 있는 나바로는 안타와 볼넷을 통해 출루하고 빠른 발로 작전을 수행하는 전통의 톱타자의 역할이 아닌 장타력이 가미된 해결사 유형의 톱타자로 기대가 크다.
지난 20일 NC전서 시즌 첫 톱타자로 출장한 나바로는 5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형식의 부진으로 나온 변칙카드지만 애초부터 고려해왔던 했던 선택이기도 하다.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나바로의 간결한 스윙과 선구안을 눈여겨 본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의 전진 배치, 나아가 톱타자 기용을 고려하기도 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장타를 터뜨리는 유형의 톱타자로서 나바로가 강력한 중심타선의 도화선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팀내 최다 홈런이자 타점을 올리고 있는 나바로는 공격형 1번타자의 임무를 맡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물론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 삼성의 선수 구성, 현재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러 카드를 두고 고심했던 류 감독은 시즌 초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있는 정형식을 새로운 사자군단의 톱타자로 점찍고 꾸준히 기용했다. 하지만 정형식은 15경기서 타율 1할3푼 4득점 2타점으로 부진했다.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이번 주 2군으로 내려가 흐트러진 타격폼을 바로 잡고 오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았다. 대신 자리를 이어받은 김상수 또한 특별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나바로 카드를 빼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숨겨진 뜻도 있다. 현재 삼성은 공격의 물꼬를 터야할 정형식만 부진했던 것이 아니었다. 채태인-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과 나바로 정도를 제외하면 상하위 타순에 들어서는 선수들의 성적이 대부분 좋지 않다. 결국 장타능력과 출루능력을 모두 갖춘 나바로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겠다는 선택이다.
나바로는 현재 타율 2할7푼4리 4홈런 15타점 2도루(1실패) 출루율 3할4푼8리, 장타율 5할1푼6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은 각각 팀 내 최다 기록. 해결사의 전진배치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 돌직구 가니 뱀직구가 왔다
‘끝판대장 오승환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중책을 이어받은 안지만은 6경기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50으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안지만이 빠진 셋업맨 보직부터 공백이 시작되면서 안지만은 ‘초보마무리임에도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의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임창용이 시카고 컵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면서, 한국행을 결심한 것. 삼성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소식이었다. 계약 문제로 이견을 빚은 임창용은 어렵게 친정팀 삼성으로의 복귀를 결정했고, 삼성 불펜의 마지막 퍼즐이 채워졌다.
임창용은 한국 무대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임창용은 지난 13일 대구 SK전 8-8 동점인 8회초 1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2007년 9월 9일 잠실 LG전 이후 2408일만에 거둔 감격적인 승리였다.
사전 예고된 등판이었으나 과정이 극적이었다. 언론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 그것도 절체절명의 만루 위기였다. 하지만 임창용은 낯빛 하나 바뀌지 않는 편안하고 강력한 모습으로 복귀 첫 구원승을 올렸다. 이후에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3경기서 3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단 1개의 볼넷만을 내줬을 뿐 1개의 안타도 맞지 않고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여전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 마틴, 기대했던 에이스 위용 그대로
안정감과 탁월함. 마틴의 첫 데뷔전에 대해 쏟아진 호평이다. 마틴은 스프링캠프 도중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늦은 데뷔전을 치렀는데, 이 늦깎이 데뷔전의 인상이 강렬했다. 마틴은 20일 대구 NC전서 7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사사구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탄탄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여유있는 투구를 펼치며 코칭스태프와 야구 전문가, 팬들의 눈에 제대로 도장을 찍었다. 낮게 깔리는 포심,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특히 몸쪽과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공략하는 변화무쌍한 볼배합에 NC 타자들이 크게 고전했다.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틴은 지난해 템파베이 산하 트리플 A팀 더램 불스에서 27경기 선발 등판해, 16승4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며 인터내셔널 리그 다승 1위와 평균자책점 3위에 올랐다. 동시에 리그 투수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부상으로 데뷔전이 늦었던 J.D 마틴은 역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MK스포츠 DB
마이너리그서 활약할 당시에도 평균 구속은 87.7마일(141km)에 그쳤다. 주무기인 싱커도 포심과 거의 유사한 87.6마일을 기록했으며 또 하나의 주무기인 커터의 평균구속은 85.3마일(137km)이었다. 이처럼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님에도 마이너리그 통산 1183이닝에서 단 258개의 볼넷만을 내줘 9이닝 당 1.96개의 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자랑했다.
공이 빠르지 않은 마틴이 단 1경기 등판으로 삼성 선발진을 이끌 에이스가 될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도 이런 탁월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바탕이 됐다. 삼성 선발진이 15경기서 단 4승을 올리는데 그치며 평균자책점 4.81로 부진한 실망감까지 더해지면서, 마틴이 삼성의 외국인 역사 속에서 흔치 않았던 외국인 에이스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세 명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삼성은 최근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3가지 약점을 메워가고 있는 삼성이 반등을 시작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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