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연일 바다로 확산되는 가운데 우려했던 2차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시꺼먼 벙커C유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인근 동거차도 미역양식장에 밀려들면서 어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름띠는 사고 3일 뒤인 지난 19일 오후부터 발견되고 있다.
기름띠가 양식장 흰 부표와 그물에 달린 미역에 그대로 엉겨붙어 수확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동거차도는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직선거리로 5㎞ 떨어져 있다.
이 섬에서 10년째 미역양식을 하는 김모(46)씨는 21일 "아침에 양식장에 건진 미역을 물에 털어보니 유막이 생기고 검은 기름방울이 뚝뚝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밀물 때 기름띠가 양식장으로 흘러 들어왔다 썰물 때 밀려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섬에는 모두 13명의 어민이 25㏊에서 미역양식을 하고 있지만 기름 피해는 비슷한 상황이다.
조도면과 진도군은 어민들과 함께 이날 오후 기름띠가 흘러든 양식장을 돌아보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달 초부터 시작된 미역 수확은 보통 6월 중순까지 계속되는데 동거차도 일대의 미역은 청정미역으로 이름나 인기가 좋다.
자연산 톳을 수확하거나 멸치잡이 등도 함께하지만 어민에게 미역양식은 1년 중 가장 큰 농사다.
미역 양식을 하며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작업에 나서기도 했던 차모(47)씨는 "200여명이 배안에 갇혀 생사조차 모르는 마당에 도울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기름띠까지 밀려오니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해경은 연일 23척의 방제정을 투입해 기름회수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맹골수도의 강한 물살에 방제작업이 쉽지 않다.
침몰한 세월호에는 벙커C유 13만9000ℓ, 경유 3만9000ℓ, 윤활유 2만5000ℓ 등 기름 20만3000ℓ가 적재돼 있고 상당량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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