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들 `칼바람` 퇴직자 줄줄이 대기
입력 2014-04-21 10:55 

#60대 구직자 A씨. 퇴직 후 아파트 경비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판 잡부라도 시도해 보지만 번번이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나기 일쑤다. 최근 신문에서 '기업구조조정' 소식을 접하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A씨와 같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을 생각하면 취업이 더욱 막막해질 것 같아서다.
팍팍해진 영업환경 탓에 기업들의 인력감축 행보가 속속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중·장년층 재취업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자들이 재취업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삼성생명은 인력 재편 방향을 사내게시판에 공지했다. 내용의 골자는 500~600명을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한편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측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과거 성장기형 사업구조를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 재편을 본격화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화생명 역시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한화생명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200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지원 신청자의 창업이나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신청 대상이다.
삼성증권도 직원 희망퇴직 실시, 임원 연봉 삭감, 점포 감축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증권업 자체가 저성장, 저수익 산업화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적자를 넘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직접 나서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삼성증권은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희망자를 접수한 이후 정확한 구조조정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선 대략 400~700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삼성증권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관계사로 전출시키는 방식이었다.
하나대투증권도 부부장 이상의 3년 이상 근속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은행권에선 씨티은행이 전국 지점 중 25%를 통폐합, 6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권 밖에서는 KT가 15년차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 대규모 인력감축을 예고했다. KT의 근속 15년 이상 직원은 2만3000여명으로 전체 인력 중 70%에 달한다. 과거 2003년과 2009년 2회에 걸친 특별 명예퇴직에서 각각 6000여명이 퇴직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인력감축 소식에 중·장년층 구직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불황으로 퇴직 시기는 앞당겨지고 취업 문턱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퇴직자들이 재취업에 나서게 되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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