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3의 반란] 기본에 투자하는 한미약품, `G2` 날개 달고 날아오르나
입력 2014-04-21 08:24  | 수정 2014-04-25 08:41

제약사들이 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먹거리 창출에 나서는 가운데 한편으로 사업의 '기본'이 되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상장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3위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 모양새다.

◆ 기본에 투자한다, 연구개발비 1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7301억원으로 상장 제약사 중 3위를 차지했지만 연구개발비는 1156억원으로 1위였다. 국내 제약사 중 R&D 투자비용이 연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매출 1000억원 이상 상장 제약사 22곳의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평균 28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도 15.8%에 달한다. 평균은 7.5%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임상시험에 진입한 프로젝트까지 포함해 당뇨 등 바이오신약 6건, 표적항암제 등 합성신약 6건, 천연물신약 1건, 복합신약 8건 등 21건에 이르는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소염진통 복합제 '낙소졸', 고지혈증치료제 '로벨리토' 등 개량신약 2종을 배출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개량신약 중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과 위궤양치료제 '에소메졸'은 해외 진출에 성공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새롭게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당뇨와 피부암을 포함해 임상 프로젝트를 신약 15건, 복합신약 15건 등 총 30여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은 후기 2상 임상 중인 당뇨병치료제, 주 1회 투약하는 인슐린제제 등의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구성돼있다.
이밖에도 한미약품은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과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으로 개량신약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한미약품의 행보야말로 지금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약산업의 생명과 같은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 결과라는 것. 덕분에 지난해 1분기 한미약품은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8.3% 늘어난 7301억3351만원, 영업이익은 28.6% 증가한 618억9525만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이익은 505억3445만원으로 75.7% 뛰었다.
◆ G2 날개 달고 해외시장 '다지기'
한미약품의 해외 시장 확대도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최근 제약사들이 내수 시장 부진과 정부의 약가 인하 등으로 새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속에서 한미약품은 남들보다 앞선 행보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1996년 북경한미를 설립하고 2008년에는 독자적인 연구센터를 출범하는 등 국내 제약사로는 드물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에는 개량신약 '에소메졸'의 미국 시장 유통을 시작하면서 두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다지기'에 들어섰다.
북경한미의 경우 중국 진출에 성공한 대표 기업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로드로 뻗어 가는 한국 기업' 보고서에서 한미약품을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어린이용 유산균정장제 마미아이, 기침가래치료제 이탄징 등의 매출에 힘입어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북경한미의 매출액은 9억6000만위안(약 1710억원)으로 2010년의 4억7328만위안(806억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매출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에 비해서는 4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지난해 2분기부터 북경한미의 매출 성장률이 다소 완만해지면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연초 11만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월 초 14만5000원을 찍은 이후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11만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에 따른 주가 변동이라며 차츰 해소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북경한미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이는 지나친 수준"이라며 "1분기 북경한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2억6900만위안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은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시장 진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위궤양치료제 에소메졸은 국내 개량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 유통됐다. 2003년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가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 FDA의 승인 받은 지 10년만의 진출이다.
아스트라네제카(AZ)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넥시움을 개량한 약인 에소메졸의 미국 진출은 쉽지 않았다. AZ는 지난 2011년 한미약품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합의로 마무리되기 까지 2년여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소송이 무사히 합의로 마무리되고 지난 12월 발매돼 올해부터는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에소메졸의 미국 매출이 본격 유입될 것"이라며 "에소메졸 뿐 아니라 아모잘탄, 피도글 등과 같은 개량신약의 동남아 수출도 본격화 해 해외 시장에서 1억달러 이상 매출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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