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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빈볼? 고의태클?’…상반된 벤치 클리어링 시각차
입력 2014-04-21 07:13  | 수정 2014-04-21 07:23
빈볼 논란의 중심에 선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시즌 첫 3연전이 거친 몸싸움과 설전이 오간 벤치 클리어링으로 막을 내렸다. 한화 내야수 정근우(32)가 LG 투수 정찬헌(24)에게 연속 두 번의 사구를 맞은 뒤 벌어진 일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흥분해 더그아웃을 뛰쳐나와 그라운드에서 엉켰다.
왜 그랬을까. 벤치 클리어링 발단을 두고 양 팀의 시각차가 분명하다.

▲ 정근우 격분한 2연속 사구
정근우의 등을 향한 정찬헌의 두 차례 사구는 6회말과 8회말 연달아 나왔다. 정근우와 한화가 흥분을 한 결정적 이유는 두 번째 사구였다. 다분히 고의성이 짙은 빈볼이었다.
첫 번째 사구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찬헌은 5-7인 6회말 1사 3루 위기서 정근우를 상대했다. 풀카운트 승부서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 정근우의 등 위쪽을 향한 아찔한 강속구였다. 정근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고의 사구가 아닌 단순 실투 가능성이 높다. 발 빠른 타자 정근우를 풀카운트 상황서 굳이 몸에 공을 맞혀 1루로 내보낼 이유가 없었다. 몸쪽 빠른 직구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 커보였다. 정찬헌은 정근우에게 사과의 제스처를 보내진 않았다.
문제는 두 번째 사구다. 보복성 빈볼 의도가 다분했다. 정찬헌은 8회말 1사 주자가 없는 상황서 정근우를 다시 만났다. 정찬헌은 2B 이후 정근우의 등을 다시 맞혔다. 이전 사구와 똑같은 부위를 향한 직구였다. 누가 봐도 빈볼이었다. 정근우가 충분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다.

정근우는 그대로 마운드를 향했고 정찬헌도 사과 없이 맞섰다. 이 순간 한화와 LG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험한 말도 오갔다. LG 우규민은 정근우를 향해 고함을 치며 항의했다. 한화는 김태균이 격한 몸싸움 선두에 섰다. 이후 코칭스태프의 만류와 함께 정찬헌의 퇴장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정근우는 연속 두 번의 사구에 격분한 상태였다. 첫 번째 사구 이후 정찬헌을 바라보며 불만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위험한 투구에도 불구하고 상대 투수의 사과가 없었다는 것이 정근우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한화 벤치도 예민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빈볼성 사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LG 선수들을 격분시킨 한화 이글스 정근우의 슬라이딩. 사진=MK스포츠 DB
▲ 오지환의 찢어진 유니폼과 종아리
한화와 달리 LG는 또 다른 시각차를 갖고 이번 벤치 클리어링을 바라봤다. 표면상 드러난 것으로는 LG의 책임 소지가 크다. 그런데 왜 LG 선수들은 격분했을까.
LG가 흥분한 사건은 6회말 정근우의 사구 이후에 벌어졌다. 1루 주자였던 정근우는 후속 타자 김태균의 유격수 땅볼 때 2루로 향했다. 병살 코스. LG 유격수 오지환은 땅볼을 잡은 뒤 직접 2루 베이스를 밟고 1루에 공을 던졌다. 그 순간 정근우는 오지환을 향해 몸을 날려 거칠게 슬라이딩을 했다.
오지환은 정근우의 태클에 걸려 제대로 송구를 하지 못했다. 김태균도 1루서 살고 3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병살 처리 실패로 뼈아픈 실점을 했다.
LG가 격분한 장면은 바로 정근우의 송구 방해 동작이다. LG 벤치는 정근우의 슬라이딩이 사구 직후 보복성으로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오지환의 왼쪽 유니폼 하의 부분이 찢겨져 나갔고, 정근우의 스파이크에 종아리가 쓸리면서 찰과상을 입었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상처였다.
6회 공수 교대 때 정근우와 LG 벤치 사이에서 설전이 오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 이병규(9번)는 정근우에게 거칠게 슬라이딩한 것에 대해 따져 물었고, 정근우는 잘못이 없다고 맞섰다. 벤치로 들어온 오지환의 부상 상태를 본 LG 선수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정근우와 LG 선수들은 결국 서로의 앙금을 풀지 못한 채 8회말 빈볼로 인한 벤치 클리어링 사태까지 번졌다. 우규민의 정근우에 대한 거친 항의나 김태균의 몸싸움도 모두 벤치 클리어링을 통한 팀플레이이자 동료애였다.
양 팀의 시각차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경기 직후 정근우는 정당한 슬라이딩이었다”고 항변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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