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기업 상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상장기준을 대폭 낮추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증시 건전화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상장기준에 못 미치는 부실기업들이 상장 대열에 합류할 경우 기업공개(IPO) 숫자는 늘더라도 시장은 부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 방안 가운데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항목은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으로 신속 이전상장 △기술력만을 이유로 상장특례 대폭 완화 △코스닥 상장 후 보호예수 기간 단축 등이다.
먼저 코넥스 기업들이 쉽게 코스닥에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너무 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안에 따르면 코넥스 기업은 최근 2년간 일정 규모 이상 영업이익만 내면 지정자문인(상장주관 증권사) 추천을 받아 코스닥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로 인해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기업에 대한 차별 소지까지 거론된다. 현행 규정상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일반 기업은 3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추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당기순이익(20억원 이상), 매출액과 시가총액(각 100억원, 300억원 이상), 매출증가율(20% 이상) 기준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반면 코넥스 상장조건은 자기자본(5억원 이상), 매출액(1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3억원 이상) 가운데 하나만 만족하면 될 만큼 코스닥에 비해 턱없이 낮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코스닥에 유치하기 위해 만든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를 대폭 완화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자기자본 요건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자본잠식 관련 규정을 없애 결과적으로 자본잠식된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잠식이 상장폐지 사유인 점을 감안하면 모순의 여지도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완전자본잠식은 즉각 상장폐지 사유이고, 50~100% 미만 자본잠식은 관리종목 지정 후 1년 뒤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코스닥 기업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상장 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스닥시장의 횡령ㆍ배임사건은 감소 추세지만 보호예수 기간을 단축할 만큼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횡령 및 배임 사실을 공시한 코스닥 업체는 16개나 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보호예수 기간 단축으로 신규 상장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는 대신 오히려 투자자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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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안 가운데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항목은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으로 신속 이전상장 △기술력만을 이유로 상장특례 대폭 완화 △코스닥 상장 후 보호예수 기간 단축 등이다.
먼저 코넥스 기업들이 쉽게 코스닥에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너무 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안에 따르면 코넥스 기업은 최근 2년간 일정 규모 이상 영업이익만 내면 지정자문인(상장주관 증권사) 추천을 받아 코스닥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로 인해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기업에 대한 차별 소지까지 거론된다. 현행 규정상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일반 기업은 3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추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당기순이익(20억원 이상), 매출액과 시가총액(각 100억원, 300억원 이상), 매출증가율(20% 이상) 기준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반면 코넥스 상장조건은 자기자본(5억원 이상), 매출액(1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3억원 이상) 가운데 하나만 만족하면 될 만큼 코스닥에 비해 턱없이 낮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코스닥에 유치하기 위해 만든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를 대폭 완화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자기자본 요건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자본잠식 관련 규정을 없애 결과적으로 자본잠식된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잠식이 상장폐지 사유인 점을 감안하면 모순의 여지도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완전자본잠식은 즉각 상장폐지 사유이고, 50~100% 미만 자본잠식은 관리종목 지정 후 1년 뒤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코스닥 기업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상장 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스닥시장의 횡령ㆍ배임사건은 감소 추세지만 보호예수 기간을 단축할 만큼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횡령 및 배임 사실을 공시한 코스닥 업체는 16개나 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보호예수 기간 단축으로 신규 상장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는 대신 오히려 투자자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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