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서준영(27)에게 '고등학생 이미지'는 독이다. 그를 과거에 머물게 했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강도는 낮고 길게만 유지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가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파수꾼'이 그랬고, '회오리 바람'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낮은 시청률로 존재감 없이 잊힌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하승리 선배도 교복만큼은 잘 어울렸다.
어려 보이는 게 싫다는 서준영. 술과 담배도 한다는 데 동안 외모다. 한국 나이로 28살인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선이 굵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지창욱, 유민규 등이 동갑인데 생긴 게 다 굵어요. 저와 류덕환 정도가 선이 안 굵어서인지 어리게 보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 친구들보다 더 오래 할 수 있겠죠."(웃음)
서준영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10일 개봉한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이 그렇다. 한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상현(정재영),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이성민)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린 영화에서 신참 형사 박현수를 맡았다. 이에 앞선 드라마 '시리우스'에서 형사와 룸살롱 심부름꾼으로 1인 2역 했다. 한 달 전에는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2'에서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와 격정적인 키스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준영은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맡고, 다양한 작품을 하는 건 재미있다"며 "만족한다기보다 '내 연기가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사랑과 전쟁'은 다른 쪽으로 화제가 돼 아쉽긴 했지만, "몇몇이 '드라마 스페셜 같아 보이더라'고 평가해주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방황하는 칼날'의 현장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살 떨렸다"고 한다. 정재영과 이성민과 호흡을 맞추며 자책도 하고 배운 것도 많다. 그는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정재영과 이성민에게 "짐승들과 연기한 느낌"이라는 표현을 썼다. 연기를 잘한다는 걸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음, 뭐랄까? 인간극장 같았어요. 선배님들은 그 현장 속에서 사는 인물들 같았다니까요. 전 그런 내공을 쌓으려면 아직 멀었죠. 저도 두 분이 했던 역할을 맡았으면 잘했을 것 같다고요? 전혀요. 엄두도 안 나요."
서준영은 '방황하는 칼날'에 참여하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감독 앞에서 울기도 했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파이팅이 넘쳤는데 주눅이 들었다. 두 선배에게 이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늘 연기를 하는데, 두 사람은 연기가 아닌 억관과 상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멍했다. 그러면 촬영은 끝나 있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는 신참 형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분노하는 모습을 온전히 표현했다. 그는 "선배들로부터 저절로 현장 상황과 연기를 습득당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아버지의 행동을 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난제다.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어려웠다. 서준영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니지만 얼마 전 태어난 예쁜 조카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공감하는 구석이 있다.
"이런 상황과 직면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잖아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이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셨는데 속으로 '그걸 왜 물어보지?'라고 했어요. '모르겠다'고 했죠. 전 이번에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데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저도 아마 상현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해요."
서준영은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돼 연기를 시작했다. 현장이 늘 배움의 장소였다. 그는 자신을 "근본도 없이 시작한 연기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부딪힌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깍듯하고, 잘 섞이는 게 그의 특기이자 무기다.
"평소 현장에서 숨 쉬는 걸 좋아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전 일찍 가서 기다려요. 스탠바이가 8시면 꼭 7시 반까지 가려고 해요. 먼저 와서 스태프와 이야기도 하죠. 친해지면 연기하기 편해요. 또 스태프들은 한 신만을 생각해서 몰입하잖아요. 그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숨 쉬는 공기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에요. 헤헤헤."
서준영은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아도 오디션을 보자는 말을 먼저 꺼낸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생각 깊은 답이 돌아왔다.
"제가 스물 여덟인데 2004년도의 '파수꾼'을 보고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하는 분이 있었어요. 4년이라는 시간은 어마어마하잖아요. 10대, 20대는 젖살이 빠질 수도 있고, 변화도 크니까요.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저는 오디션을 보자고 해요. 그렇게 해서 작품과 제 이미지가 안 맞아 미안하다고 한 분도 계세요. 프로필만 보고 캐스팅하고 계약해서 연기했는데 영화가 의도한 캐릭터랑 다르게 나오면 안 되잖아요. 저는 감독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인데 미팅 때 '캐릭터를 위해 살을 빼면 좋겠다'고 하면 빼고, '찌우라'고 하면 찌워요. 그렇게 연기해왔어요."
그래서인지 그를 찾는 연출가들이 많은 듯하다.
"저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잖아요. 작품 하는 게 좋아요. 노인네 같은 생각이길 수도 있는데 제가 물려서 안 찾을 때까지 원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다가 진짜 안 찾으면 또 원 없이 놀아야지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다가 또 감독님들이 언젠가 과거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얘는 지금 뭐하지?'라며 전화라도 한 통 하지 않을까요? 11년 동안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해요. 또래와 비교하면 아마 제가 가장 많이 작품 활동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웃음)
서준영에게는 군대 문제가 남아있다. 인기를 얻기 전 빨리 의무를 다하지 늦었다고 하니 인기는 별 상관없다는 투로 말한다.
"피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스케줄과 겹치느라 어떻게 하다 보니 아직 못 가게 됐네요. 곧 가야죠. 군대 다녀오면 안 찾아 줄까 걱정 안 되느냐고요? 갔다 와서 또 열심히 하면 되죠. 연기 잘해서 절 찾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쳇말로 뜬다는 건 관심 없어요. 늘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요. 선배들과 비비며 연기하다 보니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하하하."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배우 서준영(27)에게 '고등학생 이미지'는 독이다. 그를 과거에 머물게 했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강도는 낮고 길게만 유지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가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파수꾼'이 그랬고, '회오리 바람'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낮은 시청률로 존재감 없이 잊힌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하승리 선배도 교복만큼은 잘 어울렸다.
어려 보이는 게 싫다는 서준영. 술과 담배도 한다는 데 동안 외모다. 한국 나이로 28살인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선이 굵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지창욱, 유민규 등이 동갑인데 생긴 게 다 굵어요. 저와 류덕환 정도가 선이 안 굵어서인지 어리게 보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그 친구들보다 더 오래 할 수 있겠죠."(웃음)
서준영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10일 개봉한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이 그렇다. 한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상현(정재영),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 억관(이성민)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린 영화에서 신참 형사 박현수를 맡았다. 이에 앞선 드라마 '시리우스'에서 형사와 룸살롱 심부름꾼으로 1인 2역 했다. 한 달 전에는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2'에서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와 격정적인 키스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준영은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맡고, 다양한 작품을 하는 건 재미있다"며 "만족한다기보다 '내 연기가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사랑과 전쟁'은 다른 쪽으로 화제가 돼 아쉽긴 했지만, "몇몇이 '드라마 스페셜 같아 보이더라'고 평가해주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음, 뭐랄까? 인간극장 같았어요. 선배님들은 그 현장 속에서 사는 인물들 같았다니까요. 전 그런 내공을 쌓으려면 아직 멀었죠. 저도 두 분이 했던 역할을 맡았으면 잘했을 것 같다고요? 전혀요. 엄두도 안 나요."
서준영은 '방황하는 칼날'에 참여하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감독 앞에서 울기도 했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파이팅이 넘쳤는데 주눅이 들었다. 두 선배에게 이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늘 연기를 하는데, 두 사람은 연기가 아닌 억관과 상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멍했다. 그러면 촬영은 끝나 있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는 신참 형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분노하는 모습을 온전히 표현했다. 그는 "선배들로부터 저절로 현장 상황과 연기를 습득당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아버지의 행동을 욕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난제다.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어려웠다. 서준영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니지만 얼마 전 태어난 예쁜 조카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공감하는 구석이 있다.
"이런 상황과 직면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잖아요.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이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셨는데 속으로 '그걸 왜 물어보지?'라고 했어요. '모르겠다'고 했죠. 전 이번에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데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저도 아마 상현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해요."
서준영은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돼 연기를 시작했다. 현장이 늘 배움의 장소였다. 그는 자신을 "근본도 없이 시작한 연기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부딪힌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깍듯하고, 잘 섞이는 게 그의 특기이자 무기다.
서준영은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아도 오디션을 보자는 말을 먼저 꺼낸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생각 깊은 답이 돌아왔다.
"제가 스물 여덟인데 2004년도의 '파수꾼'을 보고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하는 분이 있었어요. 4년이라는 시간은 어마어마하잖아요. 10대, 20대는 젖살이 빠질 수도 있고, 변화도 크니까요.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저는 오디션을 보자고 해요. 그렇게 해서 작품과 제 이미지가 안 맞아 미안하다고 한 분도 계세요. 프로필만 보고 캐스팅하고 계약해서 연기했는데 영화가 의도한 캐릭터랑 다르게 나오면 안 되잖아요. 저는 감독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인데 미팅 때 '캐릭터를 위해 살을 빼면 좋겠다'고 하면 빼고, '찌우라'고 하면 찌워요. 그렇게 연기해왔어요."
그래서인지 그를 찾는 연출가들이 많은 듯하다.
"저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잖아요. 작품 하는 게 좋아요. 노인네 같은 생각이길 수도 있는데 제가 물려서 안 찾을 때까지 원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다가 진짜 안 찾으면 또 원 없이 놀아야지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다가 또 감독님들이 언젠가 과거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얘는 지금 뭐하지?'라며 전화라도 한 통 하지 않을까요? 11년 동안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해요. 또래와 비교하면 아마 제가 가장 많이 작품 활동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웃음)
"피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스케줄과 겹치느라 어떻게 하다 보니 아직 못 가게 됐네요. 곧 가야죠. 군대 다녀오면 안 찾아 줄까 걱정 안 되느냐고요? 갔다 와서 또 열심히 하면 되죠. 연기 잘해서 절 찾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쳇말로 뜬다는 건 관심 없어요. 늘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요. 선배들과 비비며 연기하다 보니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하하하."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