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변화하면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유가족, 그리고 반올림이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해 보상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것인데 반올림이 갑자기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거부하고 나와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 측의 의견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심상정 의원과 함께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중재기구에서 마련한 합당한 방안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11일 심 의원이 기자회견문과 동일한 내용으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앞으로 제안서를 보냈고 사흘 뒤인 14일 삼성전자는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15일 반올림은 성명을 내고 "보상안은 제3의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는 제3의 중재기구와 관련해 "그 부분은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이 심 의원 측과 합의한 내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시작된 반올림과의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협상에 관심을 보이며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반올림이 다시 '제3의 중재기구'를 거부하면서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 삼성 측 입장 표명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기흥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7년간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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