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규투자 줄고 빚갚는 능력 좋아졌다
입력 2014-04-13 17:04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기존에 진 빚 갚기에 집중하면서 투자에는 인색한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법인세 증가율이 더 높아 기업의 세금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1627개사의 최근 3년(2011~2013년) 재무제표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국내 상장사 재무제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투자 유보와 안정성 강화'이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민과 함께 기업도 늙어가는 징후로 해석된다.
기업 투자활동 지표 가운데 하나인 신규 유ㆍ무형자산 취득 규모는 지난 2011년 136조원에서 2012년 142조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38조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지난해 상장사 전체로는 전년 대비 2.5% 감소율을 보였지만 삼성전자 수치를 빼면 감소율이 3.7%에 달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유ㆍ무형자산 취득액은 23조7103억원으로 전체 상장사의 17.2%를 차지했고, 현대차의 6배가 넘었다.
반면 상장사 전체 현금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ㆍ단기금융상품ㆍ단기매도 가능 금융자산 합계)은 2011년 256조원, 2012년 280조원, 2013년 312조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12년 9.1%, 작년에는 11.4%로 높아졌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몰라 보험용으로 현금자산을 쌓아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1년 27조5336억원, 2012년 38조7071억원, 지난해 55조9845억원의 현금자산을 쌓아둬 해마다 증가율이 40%를 넘었다.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현금자산 증가율은 2012년 5.3%, 작년 6.1%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전체 총자산에서 현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2.3%, 2012년 12.1%, 작년 11.8%로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들이 빚 갚기에 열심이었던 때문인지 2011년 26.2배에서 2012년 20.7배로 낮아졌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23.1배로 다시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지급이자 비용으로 나눠 산출한 값으로 1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만 냈다는 뜻이며, 1보다 높을수록 빚 갚을 능력이 높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수는 2011년 54개에서 2012년 70개로 늘었다가 2013년 45개로 감소했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했지만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신규 투자가 불필요해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투자 대신 기존 부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익잉여금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1년 582조원, 2012년 628조원, 2013년 678조원으로 매년 8%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배당금 지급 규모는 2011년 10조7994억원, 2012년 10조4873억원, 2013년 10조8499억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각종 기업 투자세액공제제도가 개편되면서 기업들의 실질적인 세액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세전이익은 2011년 104조7478억원, 2012년 96조1477억원, 2013년 87조9415억원으로 매년 8% 이상 감소했지만,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2011년 27조6460억원, 2012년 28조2889억원, 2013년 29조4063억원으로 매년 2~4%씩 증가했다.
[조시영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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