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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롯데쇼핑, 연이은 경영 실기에 재무구조 `흔들`
입력 2014-04-11 14:49 

[본 기사는 04월 09일(13:5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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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을 맞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이 연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신 회장이 취임한 이래 롯데쇼핑이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지만 적자 폭만 늘어나 그룹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늘린 해외법인에서 큰 폭의 손실을 보면서 롯데쇼핑의 재무상황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추진한 점포 매각도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금융투자(IB)업계에서는 자칫 롯데그룹 전체가 동부·현대와 같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불거졌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지휘봉을 잡은 다음 줄곧 확장전략을 취했다.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라는 신 회장의 방치에 따라 롯데쇼핑은 해외점포를 크게 늘렸다. 지난 2010년 82개였던 중국 사업장은 지난해 말 107개로 25개나 늘었고, 인도네시아 점포는 22개에서 36개로 불어났다. 베트남 사업도 확장해 점포가 2개에서 6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해외점포들의 실적이 적자일색이어서 준비되지 않은 확장정책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베이징롯데마트는 356억원, 칭다오롯데마트도 66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중국법인은 640억원의 적자를 냈고 롯데쇼핑 홍콩지주사도 125억원 손실을 봤다.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쇼핑 베트남법인과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각각 130억원, 14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부문을 통틀어 15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 롯데쇼핑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806억원으로 2012년(1조1576억원)에 비해 2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3조원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셈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지자 롯데쇼핑은 국내외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부실사업장의 손실을 알짜사업장을 매각해 메우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작업도 난항을 겪으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자사의 18개 점포를 담보로 한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의 싱가포르거래소(SGX) 상장을 연기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달 상장되는 게 맞지만 투자수익률 조건을 맞추지 못해 벽에 부딪혔다.
리츠 매각 대상은 롯대백화점 일산·전주·동래·상인·센텀·포항점 등 7개 지점과 롯데마트 중계·고양·구미 등 11개 점포로 매각규모는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도 신 회장이 직접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1981년부터 8년간 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지금도 그룹 내의 인수합병(M&A) 등 재무부문은 직접 챙긴다.
신 회장은 지난해 홈플러스의 국내시장 세일앤리스백 사례를 벤치마킹해 5% 수준의 주권수익률로 팔아 넘길 생각이었다.
롯데쇼핑은 리츠를 싱가포르시장에서 사모형태로 매각하려 했지만 낮은 수익률로 현지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공모방식조차 롯데쇼핑이 제시한 수익률과 시장평균 사이에 2~3%포인트 격차가 벌어져 상장이 요원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수익성이 좋은 리츠는 대부분 사모로 투자자를 모은다"며 "상장비용과 공시의무 등을 감수하며 상장한다는 자체가 투자처로 매력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현재 롯데측은 기존에 협상하던 투자자와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싱가포르 상장을 통해 얻으려던 실익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 해외투자에 이어 재무전략에 대한 신 회장 판단도 결국 실패로 끝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이 사업 현황과 재무개선 작업에 대한 글로벌 전문가들 시각도 부정적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지난 2월 말 롯데쇼핑 국제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강등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과도한 투자로 부채 수준이 높아졌지만 현금 창출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부채 감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향후 재무 상태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롯데쇼핑 부채비율은 130.2%로 전년(134.5%)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해외점포 확장 등 무리한 사업을 강행하는 와중에 롯데카드 정보유출과 롯데홈쇼핑 임직원 비리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또다른 경영 실기가 반복될 경우에는 동부·현대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태욱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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