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바이 코리아`…12일새 3조 쐈다
입력 2014-04-10 17:32  | 수정 2014-04-10 19:25
코스피가 마침내 20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장중 2000선을 터치하며 회복을 노렸지만 불발로 끝났다가 10일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올해 최고치인 2008.61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직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장 시작 38분 만에 2008.98까지 올랐지만 고질적인 펀드 환매(투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때 1995까지 밀렸다.
특히 중국의 3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6% 감소해 시장 전망치(4.8%)보다 낮게 나오면서 중국발 악재에 또다시 2000선이 힘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돼 3089억원 순매수가 이뤄지고, 연기금이 이틀 연속 300억원 넘게 매수하면서 드디어 2000선 고지를 밟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동력으로 크게 외국인과 G2(미국ㆍ중국)발 호재를 꼽고 있다. 먼저 글로벌 자금이 연초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신흥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달 26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통해 2조8947억원을 사들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코스피 상승은 테이퍼링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면서 한국 등 신흥시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외국인들의 연속 매수 힘이 컸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3월 수출입지표는 예상보다 나빴지만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월 수출지표 하락으로 중국 정부가 이달 중순쯤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거나 내수소비를 위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도 실업청구건수 감소 등 개선된 경기지표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염려가 줄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논란이 해소되면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 이동 속도가 추가로 빨라져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제 관심은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으로 대표 수출 종목인 전차주에 대한 매도세가 강해져 코스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자동차주 3인방(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은 이날도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계속된다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순매수 물량이 늘면서 코스피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원화값 상승은 수출에 부정적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돼 코스피는 2분기에 207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1분기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은 상태지만 기대보다 그 폭이 커질 경우 코스피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2000 시대에 유망 업종으로는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건설(삼성물산ㆍ대우건설), 건자재(LG하우시스ㆍKCC), 내수유통 등이 꼽혔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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