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획] 세계는 지금 '셀피(Selfie)'앓이 중!…마음 흔드는 셀피의 매력은?
입력 2014-04-10 16:37  | 수정 2014-08-13 18:15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의 사회자인 엘렌 드제너러스가 트위터에 올린 할리우드 스타들의 셀카 / 사진=엘렌 드제너러스 트위터

"지금은 셀피시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셀피(Selfie)'를 아시나요?

'셀피'는 스마트폰이나 웹 카메라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SNS(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요즘 셀피로 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국경을 막론하고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같이 셀피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와 관련된 음악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하우스 음악 DJ팀인 The Chainsmokers의 '#Selfie'는 솔직하면서 재미있는 가사에 흥겨운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이 노래의 보컬 여성은 계속해서 "Let me take a selfie"(나 셀카 좀 올리고)를 외칩니다. 이어 자신의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고 다른 이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재미로 만든 노래지만 범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셀피=셀카"

셀카는 일명 '셀프 카메라'의 콩글리쉬로 올바른 영어 표현은 '셀피'입니다.
지난 2002년 호주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처음 쓰였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셀피를 뽑았습니다.

옥스퍼드 출판사는 지난해 '셀피'가 사용됐던 빈도는 재작년보다 170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입자 수만 무려 12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엔 하루 평균 3억 5000만장의 사진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배우 전지현이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 그의 패션은 큰 유행을 일으켰다. / 사진=SBS 제공


'셀피'는 이제 단순히 개인 간 소통을 넘어 지구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연예인들의 셀피는 화젯거리가 됩니다. '00셀카, 00근황'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합니다. 팬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착용한 의류나 사용하는 물건은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바로 패션 문화와 소비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셀피 마케팅 큰 효과 거두지만 논란되기도…"

이런 현상 때문에 '셀피'는 때로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삼성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300만번 이상 재전송돼 수백억원의 광고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대박인데요. 셀피를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소비자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성 모바일 US가 리트윗한 데이비드 오티스와 오바마 대통령의 셀피 / 사진=삼성전자 USA 트위터


반면 과도한 마케팅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 타자 오티스가 백악관을 방문해 삼성 스마트폰으로 오바마와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오티스는 삼성과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미국 대통령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셀피의 등장 그리고 열풍, 왜일까?"

'셀피'는 휴대폰 카메라가 등장한 시점부터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호성 성신여대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셀카 사진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고 관련 앱들이 나오면서 사실적인 영상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어 더욱 활성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중이 셀피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익명성의 가상공간을 타파하고 상대방의 실체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셀피 사진을 경쟁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됐고, 이는 대중매체를 통해 다수에게 전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김교수는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사이버 공간의 자신도 닉네임이나 아바타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내 모습으로 커밍아웃하고 싶은 욕구를 분출할 수 있게 됐다. 그 모습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인들과 친밀감을 높이고 싶은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 하상욱. 셀피에 관한 그의 생각. / 사진=시인 하상욱 페이스북 캡처


"셀피, 사회 주체로서 관심 받고 싶은 열망의 표현"

하지만 일각에서는 셀카(셀피)를 많이 찍어 올리는 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주장도 제기합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우버기즈모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 같은 내용을 미국 정신의학회가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연간 정례모임에서 발표했다고 전했는데요.

학회는 자신감 부족을 메우고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데 집착하는 현상을 셀피티스(selfitis)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는 '우리가 미디어 (We the Media)'인 세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발달과 함께 실시간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해졌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도 큰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셀피에 열광하는 이유, 혹시 사회의 주체가 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 아닐까요?

김지혜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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