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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의 ‘멘붕’ 사태, ‘초짜’ LG의 현주소?
입력 2014-04-10 08:01  | 수정 2014-04-10 08:03
창원 LG 신인 김종규가 지난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덩크슛을 성공한 뒤 울산 모비스 로드 벤슨을 향해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슈퍼 루키 김종규(23‧창원 LG)의 잔인한 챔피언결정전 신고식이다. 극도의 부진은 과도한 흥분으로 이어졌다. ‘경례 세리머니 논란으로 ‘멘붕(멘탈붕괴) 상태마저 빠졌다. 경험이 부족한 LG의 첫 우승 도전기의 단면이다.
김종규는 LG의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종규를 전체 1순위로 뽑아 ‘만세를 외쳤다. LG는 거짓말처럼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규는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의 공격력을 뒤에서 받치는 궂은일로 공헌을 했다. 필요할 때마다 득점도 착실히 올렸다. 김종규는 데뷔 시즌 46경기에서 평균 10.7점 5.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김종규는 울산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신인 티를 내고 있다. 챔프전 시리즈 5경기에서 평균 5.8점 2.6리바운드로 정규시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제공권 싸움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특기였던 중거리슛도 실종했다.
김종규의 부진은 결국 김진 LG 감독의 변칙 전략을 가져왔다. LG는 5차전에서 김종규의 높이를 버리고 스몰라인업을 택했다. 시리즈 내내 제공권에서 밀렸던 LG의 역발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하면서 LG는 2승3패 위기에 몰렸다.
5차전은 LG가 잃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정규시즌 1위의 색깔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셈이다. 모비스와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끌려갔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평정심을 잃은 김종규는 아쉬움이 크다.
이런 과정 속에 나온 것이 ‘경례 세리머니이다. 김종규는 5차전 4쿼터 초반 모비스 로드 벤슨을 제치고 원 핸드 덩크슛을 터뜨렸다. 이후 흥분한 김종규는 백코트를 하면서 벤슨을 �아가 거수경례를 한 뒤 두 손가락으로 벤슨의 얼굴을 가리켰다.

지난 4차전 벤슨이 김종규의 블록슛을 앞에 두고 투 핸드 덩크슛을 성공한 뒤 김종규 앞에서 경례를 한 뒤 공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5차전 김종규의 행동은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벤슨을 향한 보복이었다.
그런데 심판은 같은 세리머니를 한 벤슨에게 경고를 김종규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부과했다. 벤슨의 경례 세리머니는 평소 벤슨의 트레이드 마크로 인정했고, 공을 내리친 행동에 대해 경기 지연에 대한 경고를 줬다. 반면 김종규에게는 상대를 조롱했다고 판단해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이날 경기는 공교롭게 1점차 승부였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나온 김종규의 흥분은 팀 분위기를 오히려 가라앉게 만든 결정적 장면이 됐다.
김종규와 벤슨의 경례 세리머니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러나 경험의 차이는 분명했다. 벤슨은 노련하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이용해 절제된 세리머니를 했다. 상대를 자극할 의도를 품고 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김종규는 노련하지 못하고 노골적이었다. 세리머니도 과도했다. 벤슨을 따라가며 얼굴을 향해 손짓을 하는 자극적인 행동을 했다. 상대를 조롱하기 위한 고의성이 다분했다. 선을 넘었다. 김종규는 4차전에서 벤슨이 나를 향해 덩크슛 후 했었던 세리머니를 나도 덩크슛 후 똑같은 걸로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항변했다. 김종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경험의 차이다.
LG는 벼랑 끝에 몰렸다. 과연 6차전에서 김종규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까. 5차전에서 졌지만 모비스를 당황시켰던 스몰라인업을 재가동할지, 자존심이 상한 김종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지 궁금하다.
창원 안방에서 LG가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선 평정심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 집착하면 낭패다. 사상 첫 챔프전 우승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을 그렇게 잃었다. 모비스가 최근 5년간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흥분을 하지 않는 냉정함 때문이다.
모비스 베테랑 가드 양동근은 5차전을 마친 뒤 종규가 많이 흥분한 것 같다. 한 마디로 멘붕 상태가 온 것”이라며 LG에는 챔프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종규한테 조언을 해줄 선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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