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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뿌리 깊은 나무거나 가뭄 없는 샘이거나
입력 2014-04-10 06:01 
황선홍 감독의 포항은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된 느낌이다. 어지간한 가뭄에는 마르지 않는 샘이기도 하다. ‘좋은 축구’를 구사하는 ‘좋은 팀’이 되고 있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했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축구판을 설명하며 뜬금없이 용비어천가일까 싶지만, 최근 포항스틸러스의 행보를 보면 딱 들어맞는 글귀다.
올해는 정말 어렵겠다 싶었던 포항스틸러스가 올해도 승승장구 하면서 세인들의 평가를 비웃고 있다. 섣부른 지레짐작을 어긋나게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강팀의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꾸준함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분위기를 탈 때는 이어갈 줄 알고 흐름이 좋지 않을 때는 끊을 줄 아는 팀이 강팀이다. 지금 포항이 그렇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가 9일 저녁 안방인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적생 강수일이 선제골로 홈팬들에게 신고식을 했고 일취월장 2년차 김승대가 2골을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 이명주는 도움 1개를 추가하면서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5도움)를 올렸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시즌 4승째를 기록했다. 초반 2연패 이후 펼쳐진 5경기에서 4승1무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울산 제주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했다. 세 팀은 공히 13점으로 승점이 같으나 골득실 차이로 울산 포항 제주 순으로 1~3위에 올라 있다. 놀라운 팀은 역시 포항이다. 올해도 포항에는 외국인 선수가 1명도 없다. 박성호 황진성 노병준 등 지난해 주력들도 많이 빠졌다. 그런데도 포항의 행보에는 흔들림이 없다.
7라운드는 전체적으로 혼돈의 라운드였다. 상위권 팀들이 하위권 팀들에게 덜미를 많이 잡혔다. 선두 울산은 홈에서 성남에게 무릎을 꿇었고 전북도 제주 원정에서 0-2로 패했다. 서울은 상주의 시즌 마수걸이 승리(2-1)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상승세를 타던 전남도 수원 원정에서 한풀(0-1) 꺾였다. 그런데 포항만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3골을 넣은 것도 반갑지만 더 고무적인 것은 무실점이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많이 흔들렸던 포항은 앞선 6경기에서 무려 10골이나 허용했다. 황선홍 감독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방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경남전에서 첫 무실점 경기가 나왔다. 조만간 터프한 중앙MF 황지수까지 돌아온다면, 더욱 안정된 밸런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공격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어서 고육책으로 제로톱에 가까운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경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김승대(4골)를 비롯해 이명주(3골) 유창현(2골) 강수일(1골) 등 넣어주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가 침묵한다 싶으면 다른 선수가 폭발하니 그야말로 축구할 맛이 난다. 마르지 않는 샘 같은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포항의 동기부여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은 밖에서는 돈도 쓰지 않는 포항이 우승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우승을 해야한다”는 말로 내부적인 단단함을 전했다. 우승의 맛을 알아버린, 41년 전통의 포항스틸러스는 이제 쉽게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됐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지간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은 법이다. 어느덧 황선홍 감독의 포항은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된 느낌이다. 어지간한 가뭄에는 마르지 않는 샘이기도 하다. 황선홍 감독의 궁극적인 바람대로, ‘좋은 축구를 구사하는 ‘좋은 팀이 되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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