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윤은정 아이잗바바 팀장, "쇼루밍족 잡으려면요"
입력 2014-04-09 15:51 

"국내 패션 산업은 여전히 보수적 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온라인 판매를 하면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면서 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시장을 바라보고 검토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SPA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에 국내 패션 시장을 뺏길 수 있습니다."
국내 패션 의류 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 직영 쇼핑몰 아이잗바바몰을 총괄 운영 중인 윤은정 팀장은 "고급 패션 시장은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강세다"며 "하지만 앞으로 온라인 매장이 다양성, 편리성, 가격 경쟁력을 제공한다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고급 의류시장의 변화, 온오프라인 구분 없어져

윤 팀장은 20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쇼핑 패턴을 보면서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과거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쇼핑을 함께 다녔다면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습득한 후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이다.

"과거에는 고가의 옷은 반드시 입어보고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소비의 중심인 20~30대 여성들은 고가이든 저가이든 상관하지 않고 쉽고 편리하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윤 팀장은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하는 보수적인 고급 의류시장에 온라인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 결국은 기본에 충실해야

윤 팀장은 본사에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제안했다.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은 차가웠다.

"누가 고급 의류를 온라인에서 구매하겠느냐" "저러다 말겠지" 등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팀장은 최소 인원으로 팀을 꾸려 쇼핑몰을 제작했다.

쇼핑몰을 제작하며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잗바바몰은 기존의 온라인 패션 쇼핑몰과 다르다는 점이었다. 아이잗바바 컬렉션, 지고트 등 고급 패션 브랜드의 감성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야 했다.

그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장단점을 나열하는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과감한 마케팅 보다 좋은 소재의 옷, 그리고 오프라인, 종합몰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상품구성, 때로는 직영몰 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할인까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잘 어울려져야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장점은 곧 약점이 될 수도 있어

아이잗바바몰은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상품 퀄리티와 가격까지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을 거듭할수록 장점이자 곧 단점도 발견됐다.

아이잗바바 컬렉션, 지고트 등 고급 의류는 소량 생산이 원칙이다. 즉 해당 상품이 품절되면 더 이상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며 스스로 '득템' 했다고 느끼는 상품을 반드시 받기 원했다.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간혹 소비자들이 결제한 상품이 품절되는 경우 MD들은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갑니다. 그들은 전국 매장에 전화에 전화를 걸고, 상품의 수량을 확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품을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경우 즉각 소비자에게 전화합니다. 대다수 분들은 상황을 이해해주지만 가끔 속상한 일도 생깁니다."

그녀는 비록 소수의 수량이더라도 최고급 상품이 입고되면 욕심을 낸다. 소비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싶어서다. 때로는 오프라인 MD들과 경쟁을 펼치는 일도 불사한다.

◆ 소비자들은 똑똑해지고 있다

윤 팀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소비자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다.

쇼루밍(showrooming)족이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 체험만 하고, 가격이 더 싼 온라인에서 같은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원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똑똑한 소비자다.

윤 팀장은 "국내 패션 업계가 앞으로 온라인 패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얼마 전 미국의 유통 업체들이 쇼루핑족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어 위기에 처했던 상황을 기억해야 합니다. 올 한해 국내 패션 기업들은 신발 끈을 조여야 할 것입니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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