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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정재영 “소년감성 충만,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요”
입력 2014-04-09 15:03  | 수정 2014-04-09 15:22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 아버지 상현(정재영 분)은 하나 뿐인 딸의 죽음 앞에 무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그리고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그 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발견한다. 자신의 딸의 동영상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는 철용을 발견한 상현은 순간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상현은 철용 외에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한편, 수진이 살인사건의 담당형사 억관(이성민 분)은 철용의 살해 현장을 본 후, 상현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 ‘방황하는 칼날


[MBN스타 최준용 기자]
사진=이현지 기자
조직의 보스, 꼴통 결찰, 철저한 계획남 등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던 정재영이 이번에는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돼버린 아버지로 돌아왔다. 그는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제작: ㈜에코필름, CJ엔터테인먼트)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구타장면, 건물에서 직접 뛰어내리기 까지 모든 것을 직접 소화했다. 특히 정재영은 혹한의 날씨에 대관령 설원을 배경으로 한 촬영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은 많이 핼쑥해보였다.

촬영 당시엔 어느 정도 고생할 각오를 했어요. 제가 촬영장에서 원래 까부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좀 자중했죠. 육체보단 정신적으로 고생한 작품입니다. 저도 부모의 입장이라서 극 속 역할과 비교하기 싫었지만, 비교하면서 찍었어야 했어요. 추운 것은 생각보단 덜 심했어요.”

‘방황하는 칼날은 한 순간에 딸을 잃고 살인자가 돼버린 아버지, 그리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가슴 시린 추격을 그린 드라마이다. 이 영화는 ‘백야행 ‘용의자X를 집필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베스트셀러로 주목 받았던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처음 ‘방황하는 칼날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매우 디테일하다는 것을 느꼈죠. 무엇보다도 실화 같은 시나리오라서 많이 공감됐어요. 감독님을 통해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았죠. 이야기가 정말 탄탄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정재영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딸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피해자 그리고 아버지란 이름으로 심판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살인자의 모습까지 정재영은 극중 상현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섬세한 내면 연기로 표현했다.

이전 작품과 달리 ‘방황하는 칼날은 저를 더 비우고 시작했어요. 상현은 평범한 가장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설정을 갖고 시작하지 말자고 생각했죠. 상현은 세상의 어떤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했어요. 누군가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 북받쳐 오르는 눈물까지, 이번 영화를 통해 난생 처음 느껴보는 상황을 겪었죠.”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죽인 공범을 쫓는 상현, 그리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그를 쫓는 억관(이성민 분)을 담아냈다. 이 영화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린 아이러니한 상황과 함께 끊임없는 내적 갈등과 딜레마를 겪는 두 인물을 그렸다. 신뢰감을 안겨주는 연기파 배우 정재영과 이성민, 두 남자의 연기 앙상블은 보는 즐거움을 한층 배가 시켰다.

(이)성민이 형과 전 같은 길을 걸어왔어요. 비슷한 생각과 감수성을 지녔죠. 그리고 저하고 바라보는 시선도 같고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형제 같은 존재죠. 촬영할 땐 연기에 몰입을 위해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끝나고 나면 술자리를 통해 교감 했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1시간 가까이 마주한 정재영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겸손이 몸에 밴 배우다. 데뷔 이후 누적 관객수 5000만 명 달성이 유력한 것과 끊임없는 감독들의 러브콜 등에 대해 칭찬하려고 하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에게서 배우보단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촬영이 없을 때 여가활용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니 깜짝 놀랄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색에 잠겨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전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요. 공상과학 소설이나 작품들을 즐겨보죠. 미스터리나 다큐멘터리도 꼼꼼하게 챙기죠. 배우는 소년의 감성을 늘 갖고 있어야 되요. 배우처럼 창의력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은 철들면 안돼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하하.”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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