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재능을 가진 무명 화가 수연(고은아 분)은 자신의 그림을 화랑에 전시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이유이자 꿈이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은 그녀의 재능을 인정해 주지 않은 채 불합리한 타협만을 강요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예술가로써의 자존심이 전부인 그녀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상처를 가득 안은 채 하루하루 힘겨운 일상을 이어 간다.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창민(박재정 분)은 이런 그녀의 마음 속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고, 연민을 느낀다. 자신 또한 원치 않는 초감각적 능력을 타고난 탓에 과거 연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창민은 수연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수연 또한 그런 창민을 밀어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그에게 끌리게 된다. / ‘스케치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창민(박재정 분)은 이런 그녀의 마음 속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고, 연민을 느낀다. 자신 또한 원치 않는 초감각적 능력을 타고난 탓에 과거 연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창민은 수연을 향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수연 또한 그런 창민을 밀어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그에게 끌리게 된다. / ‘스케치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스케치는 배우 고은아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영화다. 촬영에 임하며 ‘설렘을 느끼게 했고, ‘첫경험도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늘 말광량이 같고 한없이 밝아보였던 고은아는 ‘스케치로 색다르고 과감한 도전에 임했다. 섬세한 눈빛과 행동만으로 한 인물을 표현해냈으며, 아름다운 베드신도 멋지게 소화했다. 그렇게 고은아는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했다.
‘스케치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한 대가로 삶의 의미를 빼앗겨 버린 고독한 여자 수연(고은아 분)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 창민(박재정 분)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과감하게 그린 초감각적 로맨스 영화다.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고은아는 극 중 수연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고은아는 회사 MT를 가는 길에 ‘스케치 시나리오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두, 세장 넘기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스케치 시나리오는 고은아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녀는 노출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도 크게 부각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매료됐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몽환적이다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고, ‘영상미가 진짜 예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감독님이 나를 알고 썼나? 싶을 정도로 수연 캐릭터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출연을 결심한 고은아는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읽었을 때의 수연과 감독님이 생각하는 수연을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가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감독님이 디렉션을 내려준 것도 아니었다. 대본 리딩도 목소리톤을 보기 위해 1번 해본 것이 전부였고, 결국 고은아는 자신이 이해한, 자신이 생각한 ‘수연으로 만들어 나아갔다.
사진=김승진 기자
‘수연이 과연 처음부터 어두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수연도 사람이라는 매개체로 상처를 받았고, 치유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은둔하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이 서툴다보니 누군가를 받아들이기도 거부감이 많았던 아이지만, 미라가 챙겨줄 때 언니처럼, 엄마처럼 의지하는 걸 보면 그렇다고 사회에 완전히 문을 닫고 있는 아이는 아니라고 봤다. 수연이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은아는 적은 대사 탓에 눈빛과 호흡으로 캐릭터를 표현해야만 했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감정싸움을 꼽았다. 감정과 눈빛, 호흡 컨트롤도 어려웠지만 밝은 땐 한없이 밝고, 우울할 땐 한없이 우울한 자신의 극단적인 감정과는 너무 다른, 그 중간만 고집하는 수연의 감정을 찾아가는 점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해야 됐던 것이다.
대사가 있으면 좋거나 슬픈 감정이 표현이 될 텐데 이건 아니지 않냐. 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정 표현은 잘 하지만, 외롭거나 힘들고 우울한 부분은 잘 표현을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나에게 일부분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으면 그걸 끄집어내서 극대화 시켜 연기를 할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감정싸움도 어려웠지만 처음이기에 더 부담되고 긴장됐을 법한 노출 연기도 고은아는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예쁜 몸매를 위해 무려 8kg를 감량한 그녀의 노력으로 스크린에는 고은아만에 아름다움이 한껏 빛났으며, 박재정과의 베드신 역시 완벽한 호흡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내 부담감을 현장까지 끌고 가게 되면 나를 찍어주는 스태프와 감독님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불안해하면 할수록 그들은 내 눈치를 더욱 볼 거라고 생각했다. 불안하고 걱정됐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촬영장에 들어서니 무덤덤을 넘어선 ‘무(無)의 상태가 되더라. 도전하는 것에 대한 흥분과 기대도 됐고, 빨리 찍고 후련해지고 싶었다.”
‘스케치에서 고은아는 박재정과 호흡을 맞췄다.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함께 해본 박재정에 대해 그녀는 ‘착하고 예쁜 사람이라고 칭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말 놓고 지내긴 했지만 그렇게 친해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홍보하면서 더 친해지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우리 결혼했어요 이미지가 강해서 진지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 보니 진지한 면도 있지만, 의외로 허당기 가득하고 농담도 잘하는 사람이더라. 그리고 너무 착하다. 매너도 좋고, 배려심도 있고,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조근조근 상대방 상처 입지 않게 예쁘게 한다.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밝았다.(웃음)”고은아에게 ‘스케치란 작품은 ‘평생 간직하고 싶은 영화였다. 첫경험이 담겨 있고 어떤 작품보다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도 보고 싶을 것 같은 영화다. 처음으로 ‘나란 사람 그대로가 표현된 영화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옷스타일도 내 스타일 그대로 적용됐다. 또 ‘단기간에 애정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열정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도 생각하면 설렌다.(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