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가 의붓딸을 때려 결국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은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하는 데 그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마구 폭행해 숨진 8세 여아 A양의 언니가 동생의 죽음에 대해 "계모가 누워 있는 동생의 배를 10차례 밟고, 밤 10~11시께 주먹으로 배를 15차례 가량 때렸다"고 비공개 증언을 했습니다.
숨진 여동생보다 4살이 많은 언니는 대구지법 판사실에서 비공개 증언을 통해 사건 당시 계모의 범행을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이 같은 정황을 두고 계모의 범죄행위가 상해치사인지, 살인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구지검은 계모 임씨를 기소하면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상해치사죄는 사람의 신체에 상처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로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인 '살인죄'와는 구별됩니다.
검찰은 숨진 A양이 임씨에게 폭행당한 뒤 장기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이틀 지나 숨져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상해치사 혐의가 아니라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임씨가 범행 당일 오랜 시간에 걸쳐 A양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점에서 그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즉 성인이 몇 시간에 걸쳐 8살 어린이의 배를 발로 밟고, 주먹으로 때렸다면 폭행을 당한 어린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성립된다는 견해입니다.
지난해 울산에서 소풍을 가고 싶다는 8살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 사건에서검찰은 사망한 어린이의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등 폭행의 정도가 심한 점을 이유로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당시 울산지검은 "계모가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도록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해 범행 당시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살인혐의 적용이유를 밝혔습니다.
대구지역 한 변호사는 "칠곡 사건의 경우 이틀 후 숨졌다는 점에서 울산 사건과 다르다"면서 "그러나 범행 당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지검 측은 "내부적으로 계모 임씨에 대해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했지만 피해 어린이가 이틀 후 숨진 점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검찰이 변론재개를 신청한 뒤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을 다시 하던가, 항소심에서라도 공소장을 변경해 엄한 처벌을 해야지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이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2012년 10월부터 있었다. 부모의 공동학대 4회, 계모 단독학대 10회, 아버지 단독 학대 7회로 확인했다"면서 "주로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거나 '말 안 들으면 시설에 보내겠다'는 등의 정서적 협박이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