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고객이 수리를 맡긴 컴퓨터에 몰래 부팅 방해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부당하게 데이터 복구 비용 등을 챙겨온 혐의(사기 등)로 컴퓨터수리업체 전 대표 이모(31)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업체의 현 대표 정모(34)씨와 콜센터 직원, 애프터서비스(A/S) 외근기사 등 6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고객이 맡긴 컴퓨터에 부팅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고장이 나게 한뒤 하드디스크 등을 교체해주는 수법으로 1만300명으로부터 21억58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리 중인 컴퓨터에 일부러 부팅 방해프로그램을 깔면서 고객에게 "바이러스가 많아 복구가 힘들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는 말을 흘려 수리를 마치고 나서도 부팅이 안 되는 고장이 재발한 데 대한 고객의 의심을 피해왔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컴퓨터 전문 수리업체인 '**119'를 차려놓고 콜센터·경리·A/S 내·외근팀 등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였다. 이씨 등 전·현직 대표가 A/S 팀장에게 '컴퓨터 부팅 방해 프로그램을 실행해 데이터 복구 비용을 청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A/S 팀장이 수리 기사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이 범행에 쓴 부팅 방해프로그램은 'MBR 위저드'로, 부팅을 담당하는 C드라이브를 삭제하거나 숨겨 컴퓨터가 부팅되지 않게 하는 악성프로그램이다. MBR(Master Boot Record)은 컴퓨터 부팅 시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는 장소로 이 부분이 훼손될 경우 부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고객의 컴퓨터를 부팅되지 않게 만든 뒤 고객으로부터 데이터 복구 비용으로 최소 5만원부터 최대 660만원까지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 중에는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도 부품비를 허위로 청구하거나 부품단자를 송곳으로 찍어 손상한 뒤 부품비를 청구하는 수법을 써 월 1300만원을 챙긴 고수익자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운영하는 수리업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파워링크 1∼2위를 다투고 지난해 매출 50억원, 광고비용 월 1억7000만원에 이르는 등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업체다.
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수리를 맡길 때에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부품 명과 가격 등 사전정보를 숙지하고 여러 업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며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동종 업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