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깡통전세 느는데 전세등기는 급감
입력 2014-04-07 17:13 
# 최근 인천에서 수원 영통으로 이사간 A씨는 전세권 설정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전세금이 집값 대비 90%에 이르는데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전세권 설정은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 계약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너무 높은 전세금 탓에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고 싶었지만 어떤 주인도 동의해 주지 않았다"며 "설마 집주인이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전세금이 너무 높아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세입자들에게는 방패막이인 전세권 설정 등기가 제 기능을 잃고 있다. 집주인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등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세입자 보호책인 전세권 설정 등기 건수가 5년 새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6만140건에 이르던 등기 건수는 2010년 13만7193건, 2012년 11만9836건을 거쳐 작년에는 10만8606건까지 떨어졌다.

전세권 설정 등기가 급감한 것은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데다 비용이 적지 않아 세입자들이 확정일자를 받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임차인이 임대인과 합의하에 계약관계를 등기부등본에 적시하는 것으로, 향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을 때 세입자가 직접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등 강력한 세입자 보호책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최근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세입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는 "전세권 설정이 세입자로서는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도구지만 집주인이 반대하면 등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일자 등록이 동사무소에서 단돈 600원이지만 전세권 설정 등기는 보통 수십만 원(전세금 대비 0.2%)이 드는 것도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주로 편법으로 세입자를 받는 업무용 오피스텔에만 활용되고 있다. 용산 B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집주인이 전세권 설정을 거부하면서 확정일자 등록이 불가능한 업무용 오피스텔 세입자만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데 50만~60만원에 이르는 등기비용까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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