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3개 도시서 친러시아 주민 시위…주정부 건물 점거 들어가

우크라이나 동부도시 세 곳에서 6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성향의 주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여 주정부 건물 점거에 들어갔다. 이들은 동부 지역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동부 도네츠크주 주도 도네츠크에서 2000여명의 주민이 주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2월 수도 키예프의 반정부 시위 진압 도중 시위대를 사살한 혐의로 체포된 경찰 특수부대 '베르쿠트' 대원들에 지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집회는 곧 도네츠크주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과격 시위로 변했다.
약 1000명이 섬광탄을 터뜨리며 주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했으며 경찰은 물대포로 응수했지만 결국 봉쇄선이 뚫려 건물은 시위대에 의해 점거됐다.
시위대는 청사에 걸린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리고 러시아 국기를 내걸었으며 밖에 남은 시위대도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러시아를 외쳤다. 또 시위대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주의회가 즉각 비상회의를 소집해 도네츠크주의 러시아 편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자체 의회를 구성하겠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시내 국가보안국 건물도 점거했으며 경찰은 유혈 충돌을 우려해 시위대의 주정부 청사 점거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또다른 도시인 하리코프에서도 약 2000명이 시내 스보보다(자유) 광장에 모여 베르쿠트 대원들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공산당기와 소련기, 러시아 국기를 들고 연방제 채택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했으며 시위대 중 일부가 주 정부 청사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청사를 지키던 경찰은 '시위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청사를 시위대에 내어줬다. 청사는 10여분 만에 시위대에 의해 점거됐으며 곧바로 러시아 국기가 걸렸다.
하리코프 도심에서도 친러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 지지 시위대 간에 충돌이 벌어졌으며 경찰은 유혈 충돌을 막기위해 중앙정부 지지 시위대를 서둘러 버스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또다른 동부도시 루간스크에서도 3000여명이 친러 정치단체 '루간스카야 그바르디야' 지도자 알렉산드르 하리토노프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일으켰다.
하리토노프는 스스로를 '주민이 뽑은 루간스크주 주지사'라고 주장하며 친러 시위를 이끌었으며 지난달 14일 헌정 질서 파괴 혐의로 체포돼 키예프로 압송됐다.
시위대는 국가보안국 건물 주변에 결집해 경비를 하던 경찰을 향해 연막탄과 돌과 계란 등을 던지고 건물 문을 부수는 등 점거를 시도했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해 최소 2명 이상이 부상 당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후 시위대는 결국 보안국 건물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친러 성향 주민들의 연쇄적 움직임에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러시아가 분리독립 시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출당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위대를 사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도 이날 리투아니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