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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송파 가락시영
입력 2014-04-06 19:17  | 수정 2014-04-06 19:24
6일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결의에 하자가 있어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저층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재건축 결의에 문제가 있어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일반분양이 미뤄지는 등 재건축 일정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번 판결이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7월 총회를 통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다시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했고, 같은 해 12월 송파구청에서 인가를 받았다. 결국 이번 판결로 인해 지난해 의결됐던 변경된 사업시행계획도 취소될지가 관건인 것이다. 이번 소송을 낸 윤 모씨는 지난해 의결됐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련해서도 무효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상으로는 새 사업시행계획도 2007년 조합원 57.2% 찬성으로 통과된 사업시행계획 승인을 기초로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함께 취소되는 것이란 의견이 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형식상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원 처분이 취소된 이상 변경 처분도 함께 취소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주장도 있다.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은 2011년 12월 3종으로 종 상향이 반영돼 사실상 새로운 계획인 데다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이번 판결에서 지적된 내용도 해결됐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판결로 변경된 사업시행계획까지 취소된다면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계획을 새로 받기 위해 다시 감정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치면서 사업이 얼마나 더 늦춰질 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락시영 조합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별건 소송에다 원고 측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이 길어지거나 사업승인인가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길건 짧건 재건축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올해 말로 예정됐던 가락시영 일반분양은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가락시영은 총 9510가구 규모 매머드급 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이 1570여 가구에 달해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혀왔다. 다만 아파트 착공은 총 6600여 가구 입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마친 만큼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 진행될 예정이다. 시공은 삼성물산ㆍ현대건설ㆍ현대산업개발이 맡는다.
가락시영 아파트 가격도 법적 리스크로 인해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래 추가 분담금이 발표된 지난달 초부터 가격은 하락세였다.
실제로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2차 공급면적 55㎡형은 호가 기준 7억8000만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한 달 새 9000만원이나 떨어졌다. 1차 공급면적 43㎡형은 5억4000만원에서 4억7000만원으로 호가가 하락했다. 조합이 발표한 추가 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일반분양가가 2400만원, 2600만원, 2800만원, 3000만원일 때 4가지 사례가 있고 각 사례에 최소 금액과 최대 금액이 있어 분담금은 총 8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전용면적 40㎡형을 59㎡형으로 늘릴 때 추가 분담금은 최소 1790만원에서 최대 1억2299만원까지 1억원 넘게 차이 난다.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거래도 뜸해졌다. S공인 관계자는 "전ㆍ월세 임대소득 과세 대책에다 추가 분담금, 대법원 판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 달에 40~50건을 중개했는데 이제는 10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따라 조합원 사이에 불안과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합장과 조합 임원들을 해임시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제윤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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