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한 마디로 참 게을렀다." 포크듀오 해바라기 전 멤버 유익종이 자신의 가수 인생 40년을 돌아보며 이 같이 말했다.
유익종은 4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SC컨벤션센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처럼 취재진과 만났다. 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오룸에서 시작되는 그의 전국투어 '이연(異緣·서로 다른 인연)'을 앞둔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체력적인 문제나 티켓 판매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다. '40년' 숫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더 많이 성숙해야 하는데 나는 눈 감고 노래하는 것 밖에 없다. 새 앨범 준비만 10년째다. 전작 보다 났다는 자신감이 들 때 앨범을 발표하려다 보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고 말했다.
워낙 정적인 그다. 무대 위에서 그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의 무심한 듯한 말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집중해 듣다 보면 무심코 그가 툭툭 던지는 썰렁한 농담에 팬들은 더욱 재미있어한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만 놓고 봐도 역시 그는 큰 흥이 없어 보였다. 유익종 본인 스스로를 '게으름벵이'라 칭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급해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았다. 40년에 걸쳐 크고 작은 엄청난 수의 무대에 서온 그여서다. 그 특유의 성격이다.
유익종은 "어떻게 보면 난 행운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열심히 방송 활동 등을 하지 않았는데 적잖은 음악 팬들에게 여태껏 사랑받고 있어서다. 그는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됐고,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 외에 노력한 게 별로 없다"고 부연했다. 음악에 관련해서 만큼은 절대 게으를 수 없었던 그다.
조금씩 이해가 됐다. 음악 외 삶의 방식에서 나오는 유익종의 '게으름' 역시 그의 성격에 기인한다. 그는 "원래 내가 내성적이다. 1974년 고(故) 박재정과 듀오 '그린빈스'를 결성해 노래를 시작한 계기도 사실 그 친구(박재정)에게 끌려 놔왔다. 어디 나서는 걸 부끄러워했다"고 고백했다.
얻은 게 있다면 잃은 것도 있었다. 인연이 되지 못한 이도 많았다. 이번 그의 전국 투어 타이틀이 ‘이연인 점도 그러한 이유다. 그는 "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수 없이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 같다"며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들까지도 지금 돌아보면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자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해바라기' 유익종이 떠올랐다.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유익종 가수 인생 40년에 '해바라기'는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중요한 발자취다. 유익종은 박재정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1981년 이주호와 박성일을 만나 그룹 '유리박'을 결성했다가 1983년 다시 이주호와 둘이서만 해바라기로 활동했던 터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마음의 보석 상자'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을 배출했던 와중에도 그는 해바라기 1집과 3집에만 참여했다.
그는 해바라기 2집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싸웠었다"며 웃었다. 그는 "흔히들 (멤버 변동이 생기면) 음악적 견해 차이라고 둘러대는데 알고 보면 가수들 사이에 성격 차이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시 3집에 들어가게 된 이유도 당시 제작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빠진 멤버가 있어) 녹음만 해달라고 해 했는데 기사가 '해바라기 다시 뭉쳤다'고 나왔다. 그래서 아무 소리 못하고 다시 했다"고 설명했다.
유익종은 "애초 (해바라기로서) 생각했던 것 이상 할 만큼 한" 이후 5장의 솔로앨범을 발표하면서 명실공히 포크계 거장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조용필을 비롯해 계은숙·김추자 등 1970~80년대 인기 가수들이 최근 컴백한 가운데 그의 귀환 역시 음악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그는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의 복귀가 반갑기도 하다"면서 "한켠으론 그 속에 내가 묻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익종은 이번 전국투어에서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함께 노래할 예정이다. 가수 조장혁, 박완규, 신효범, 손진영, 추가열, 유리상자, 버블시스터즈 영지, 정동하 등이 출연을 확정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는 "우리 또래 노래가 좋게 이야기하면 서정적일 지 몰라도 신선한 매력은 젊은 가수들 음악이 좋다. 굉장히 진취적이다"며 후배들과의 무대를 기대했다. 그는 이어 "노래 주제도 사랑에 국한돼 있지 않고 요즘은 아주 다양하다. 그런 점이 좋다"며 "어차피 대중가수는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면 된다. 내 취향에 맞춰 가수를 가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익종은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예전에는 힐끔대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것이 없다"고 눙쳤다. 그는 40년 가수 인생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자신의 곡을 소개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리메이크해 불렀던 혜은이 원곡의 '비가'를 꼽았다. 가사가 마음에 든단다.
비가의 가사는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그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해/ 그리움 하나로 잊혀져가는 내 이름 석자/ 등을 돌려 내게서 등 돌려 가는 사람이여/ 그래 말 없이 떠나라 다시 돌아오지 말아라/(중략)/ 살다 살다 외로워질때 나 보다 더 그대 외로울 때/ 그때 그리워지리라 잊혀진 내 이름 석자.'
유익종은 서울에 이어 수원 인천 일산 하남 안산 천원 대전 전주 광주 청주 원주 춘천 대구 창원 부산 울산 포항 제주 등지에서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의 '이연(서로 다른 인연)'이 녹아든 무대가 팬들과 마주할 예정이다. '비가'의 노랫말처럼 '살다 살다 외로워질 때, 그때 그리워질 이름 석자 '유익종'을 기억하기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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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종은 4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SC컨벤션센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처럼 취재진과 만났다. 오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오룸에서 시작되는 그의 전국투어 '이연(異緣·서로 다른 인연)'을 앞둔 자리이기도 했다.
그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체력적인 문제나 티켓 판매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다. '40년' 숫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더 많이 성숙해야 하는데 나는 눈 감고 노래하는 것 밖에 없다. 새 앨범 준비만 10년째다. 전작 보다 났다는 자신감이 들 때 앨범을 발표하려다 보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고 말했다.
워낙 정적인 그다. 무대 위에서 그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의 무심한 듯한 말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집중해 듣다 보면 무심코 그가 툭툭 던지는 썰렁한 농담에 팬들은 더욱 재미있어한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만 놓고 봐도 역시 그는 큰 흥이 없어 보였다. 유익종 본인 스스로를 '게으름벵이'라 칭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급해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았다. 40년에 걸쳐 크고 작은 엄청난 수의 무대에 서온 그여서다. 그 특유의 성격이다.
유익종은 "어떻게 보면 난 행운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열심히 방송 활동 등을 하지 않았는데 적잖은 음악 팬들에게 여태껏 사랑받고 있어서다. 그는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됐고,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 외에 노력한 게 별로 없다"고 부연했다. 음악에 관련해서 만큼은 절대 게으를 수 없었던 그다.
조금씩 이해가 됐다. 음악 외 삶의 방식에서 나오는 유익종의 '게으름' 역시 그의 성격에 기인한다. 그는 "원래 내가 내성적이다. 1974년 고(故) 박재정과 듀오 '그린빈스'를 결성해 노래를 시작한 계기도 사실 그 친구(박재정)에게 끌려 놔왔다. 어디 나서는 걸 부끄러워했다"고 고백했다.
얻은 게 있다면 잃은 것도 있었다. 인연이 되지 못한 이도 많았다. 이번 그의 전국 투어 타이틀이 ‘이연인 점도 그러한 이유다. 그는 "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수 없이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 같다"며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들까지도 지금 돌아보면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자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해바라기' 유익종이 떠올랐다.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유익종 가수 인생 40년에 '해바라기'는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중요한 발자취다. 유익종은 박재정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1981년 이주호와 박성일을 만나 그룹 '유리박'을 결성했다가 1983년 다시 이주호와 둘이서만 해바라기로 활동했던 터다. '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마음의 보석 상자'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을 배출했던 와중에도 그는 해바라기 1집과 3집에만 참여했다.
그는 해바라기 2집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싸웠었다"며 웃었다. 그는 "흔히들 (멤버 변동이 생기면) 음악적 견해 차이라고 둘러대는데 알고 보면 가수들 사이에 성격 차이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시 3집에 들어가게 된 이유도 당시 제작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빠진 멤버가 있어) 녹음만 해달라고 해 했는데 기사가 '해바라기 다시 뭉쳤다'고 나왔다. 그래서 아무 소리 못하고 다시 했다"고 설명했다.
유익종은 "애초 (해바라기로서) 생각했던 것 이상 할 만큼 한" 이후 5장의 솔로앨범을 발표하면서 명실공히 포크계 거장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조용필을 비롯해 계은숙·김추자 등 1970~80년대 인기 가수들이 최근 컴백한 가운데 그의 귀환 역시 음악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그는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의 복귀가 반갑기도 하다"면서 "한켠으론 그 속에 내가 묻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익종은 이번 전국투어에서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들과 함께 노래할 예정이다. 가수 조장혁, 박완규, 신효범, 손진영, 추가열, 유리상자, 버블시스터즈 영지, 정동하 등이 출연을 확정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는 "우리 또래 노래가 좋게 이야기하면 서정적일 지 몰라도 신선한 매력은 젊은 가수들 음악이 좋다. 굉장히 진취적이다"며 후배들과의 무대를 기대했다. 그는 이어 "노래 주제도 사랑에 국한돼 있지 않고 요즘은 아주 다양하다. 그런 점이 좋다"며 "어차피 대중가수는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면 된다. 내 취향에 맞춰 가수를 가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유익종은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예전에는 힐끔대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것이 없다"고 눙쳤다. 그는 40년 가수 인생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자신의 곡을 소개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리메이크해 불렀던 혜은이 원곡의 '비가'를 꼽았다. 가사가 마음에 든단다.
비가의 가사는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그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해/ 그리움 하나로 잊혀져가는 내 이름 석자/ 등을 돌려 내게서 등 돌려 가는 사람이여/ 그래 말 없이 떠나라 다시 돌아오지 말아라/(중략)/ 살다 살다 외로워질때 나 보다 더 그대 외로울 때/ 그때 그리워지리라 잊혀진 내 이름 석자.'
유익종은 서울에 이어 수원 인천 일산 하남 안산 천원 대전 전주 광주 청주 원주 춘천 대구 창원 부산 울산 포항 제주 등지에서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의 '이연(서로 다른 인연)'이 녹아든 무대가 팬들과 마주할 예정이다. '비가'의 노랫말처럼 '살다 살다 외로워질 때, 그때 그리워질 이름 석자 '유익종'을 기억하기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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